한미약품 형제, 주총 앞두고 모녀·대주주 고발…노림수는?

형제 측, 대주주 3인 연합 경찰에 고발…"독재경영 민낯" 반박
임종훈 대표, 대규모 블록딜…‘모친 채무불이행’ 때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등 대주주 3인 연합(왼쪽)과 한미약품 오너가 형제 측 임종윤 사장,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한미약품, 한양정밀 제공)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등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형제 측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 등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 측 인사로 분류되는 한성준코리그룹 대표가 송영숙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송 회장이 설립한 비영리법인 가현문화재단 운영과 관련해서다.

한 대표는 고발장을 통해 한미약품이 이사회 결의나 승인 없이 송 회장과 박재현 대표의 결정과 지시로 송 회장이 설립자이자 실질적으로 운영을 관장하는 가현문화재단에 3년간 120억 원에 육박하는 기부금을 제공해 한미약품과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한미약품은 임종윤 사장 측 한 대표의 고발이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재단의 의결권 행사를 막으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앞서 한미사이언스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는 가현문화재단은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형제 대신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업계는 형제 측이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가현문화재단이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고발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현문화재단이 임시주총에서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해도 수사 결과 여부 등에 따라 법적 싸움에 돌입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뒀다는 분석이다.

형제 측은 또 임종훈 대표가 이끄는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를 통해 대주주 3인 연합과 이들을 위한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기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3인 연합이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업체와 공모해 회사 로고를 도용함은 물론 거짓된 정보로 주주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종용하는 사례들이 속속 확인돼 부득이 형사고발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제보 내용에는 '국민연금도 3인 연합으로 돌아섰다', '유상증자한다' 등 거짓 정보와 결정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주주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3인 연합 측은 형제 측의 이런 고발에 대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중요한 소송의 제기'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면서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와 사내이사를 한미사이언스가 형사고발 하는 행위는 당연히 중요한 소송의 제기이며, 따라서 이사회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판단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고, 오로지 형제 입김에 좌우돼 불법과 위법을 넘나드는 독재 경영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앞에선 화합을 뒤에선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형제들의 민낯을 본 주주들이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꼭 심판해 주길 당부한다. 특별결의를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종훈 대표는 송 회장이 채무를 불이행해서 어쩔 수 없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대거 매각한다고 전했다.

임종훈 대표는 보유 중인 한미사이언스 주식 105만주를 거래시간 마감 후 장외거래(블록딜)로 매각했다. 이에 따라 임종훈 대표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9.27%에서 7.85%로 변동된다. 주주명부폐쇄에 따라 오는 28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행사하는 지분율 9.27%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거래다.

임종훈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주식 매각은 송 회장이 임종훈 대표에게 갚을 돈을 변제하지 않아 발생했다"면서 "3인 연합을 결성하며 대량의 자금이 발생했음에도 임종훈 대표의 변제요청을 외면했다"고 전했다.

송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참담하다. 장남은 모친을 고발했고, 차남도 모친을 고발하고, 채무불이행자로 만들었다"면서 "본인 사정 때문에 어머니를 앞에 세워 망신을 주고 있어 참담하다. 잘 키우지 못한 제 잘못이다. 주주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채무불이행은 사실과 다르다. 아직 변제기한이 다가오지 않았다"면서 "변제 방법과 시기에 대해 계속 협의 중인 상황에서 먼저 이를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가족 모두 자중하고 있는 가운데, 오직 한미약품그룹 발전을 위한 마음만 모아지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임성기 선대 회장이 지난 2020년 8월 별세하면서 한미사이언스 지분 2308만여주가 형제와 모녀에게 상속됐다. 당시 지분가치 기준 약 5400억 원의 상속세가 부과됐다. 상속인들은 납부 기한 연장 신청과 대출 등으로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