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선고' 혈액암, 완치까지…치료지형 바꾼 '컬럼비'[약전약후]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로 투약 기간 8.3개월
"진단 즉시 바로 사용, 이전 치료 실패 환자에 희망적"

한국로슈의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이중특이항체 계열 치료제 '컬럼비주'.(한국로슈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최근 여러 치료 분야에서 '이중특이항체'가 비약적인 기술 발전에 힘 입어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항암 치료 목적으로 200개 이상의 이중특이항체가 임상 연구 중이고, 이 중 27%는 혈액암 치료를 위해 개발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중특이항체는 2개의 서로 다른 항원을 인식해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말한다. 이를 통해 암세포에 대한 살상 효과를 발휘하며 향상된 특이성과 표적 능력으로 독성이 적고 약물 내성을 효과적으로 예방한다.

전 세계 이중특이항체 치료제는 2020년 3개에서 지난해 14개로 증가했다. 이 중 가장 크게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혈액암 가운데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이다. DLBCL은 상당히 공격적이며 병의 속도가 빠르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최초 치료 후에도 재발하거나 치료가 듣지 않는 환자가 40%였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대여명은 수개월로 줄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 치료 선택지는 제조 과정이 필요해 즉각 투여가 어렵거나 부작용이 심하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이 가운데 지난해 12월 국내에 등장한 한국로슈의 CD20xCD3 이중특이항체 치료제 '컬럼비'(성분명 글로피타납)는 앞선 치료 선택지의 난관을 해소할 수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진단 즉시 바로 쓸 수 있고 수차례 치료에 실패한 재발성 또는 불응성 DLBCL 환자의 약 40%에서 완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보였기 때문이다. 컬럼비는 면역세포인 T세포 표면에 있는 'CD3'과 B세포 표면에 있는 'CD20'에 결합하는 이중특이항체다.

B세포와 T세포 항원에 동시에 결합함으로써 T세포 활성화 및 증식을 유발하고 B세포의 용해를 일으킨다. 컬럼비는 완성형 치료제로 출시돼 제조 후 진단 즉시 처방 가능하며, 임상 연구 결과로 확인된 효과와 안전성에 근거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CD20XCD3 이중특이항체 컬럼비의 기전.(한국로슈 제공.)

임상2상 NP30179 연구에서 40%의 완전 관해율(CR·병변이 완전히 사라짐)과 52%의 전체 반응률(ORR·약물에 대한 객관적 반응), 관리 가능한 수준의 안전성 근거를 입증했다. 완전관해에 도달하기까지의 중앙값은 42일로, 치료 반응도 신속했다.

또 투약 기간이 약 8.3개월로 정해져 있어 명확한 치료 종료 시점을 제시한다. 초기 증량 이후 3주 1회 내원해 1년 이내(최대 12회 내원)에 항암 치료를 마칠 수 있다. 입원 또는 잦은 통원이 어려운 환자들과 항암 치료 종결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한다.

현재로서는 건강보험 비급여로 처방할 수 있는 컬럼비에 환자들의 수요가 점차 높아지자, 각계에서 급여 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지난 9월 컬럼비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 재상정 통과 등을 촉구했다.

환우회는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T) 치료가 불가능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거나 CAR-T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환자에게 컬럼비는 생명을 구하고 수명을 연장할 대안"이라며 신속한 건강보험 등재를 주문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3년간 암질심에 상정된 혈액암 치료제 13개 중 최초 심의에서 급여기준을 설정한 사례는 단 2건"이라며 "혈액암 치료 환경 전반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컬럼비는 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DLBCL 3차 이상 치료에 선호 요법으로 권고되고 있고 영국, 캐나다, 독일 등에서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DLBCL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 요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