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귀환에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 희비 엇갈려

[트럼프시대] 약가인하 유도에 빅파마 신약 기술도입 위축 가능성
바이오시밀러 진출 확대·공보험 축소 우려…현지 투자 압박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선 행사에 도착을 하고 있다. 2024.11.07 ⓒ AFP=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트럼프 당선인의 귀환이 관련 산업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인하 조정 유도 등에 따라 빅파마 수익성 등이 위축될 시 신약 기술도입 성향이 보수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온다. 또 의료비 감축을 위해 바이오시밀러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공보험 축소에 따른 부정적 효과도 상존한다.

시설 경쟁력 등이 중요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과 관련해서는 공장 설립 등 현지 투자 압박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의료 부문 정책은 △개인 의료보험 선택 권한 강화 △국내외 제약사 경쟁을 촉진하는 약가인하 △자국 내 필수의약품 생산 △사회보험 개혁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트럼프 1기에서는 국제 가격 비교를 통해 최혜국 대비 낮은 가격으로 메디케어 약가인하를 추진했다. 또 공보험인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자격과 혜택을 축소하는 등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 복지정책을 줄였다.

제약사간 경쟁을 통한 약가인하가 이뤄지면 글로벌 제약사의 수익성에 타격이 발생해 신약 후보물질 기술도입 등이 위축될 수 있다. 대개 빅파마에 기술이전을 통해 수익을 확보하고 이 자금을 신약 개발에 재투자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 수준인 국내 제약사가 없는 상황에서 신약 연구개발(R&D)은 대부분 빅파마와 기술거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면서 "글로벌 제약사가 가장 큰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약가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시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오픈이노베이션 R&D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약가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화학합성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촉진해 제약사간 경쟁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판매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입찰에서 강점을 보이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주로 활약하는 미국내 공보험 분야를 축소하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개발한 바이오시밀러가 입찰 위주인 유럽에서는 활약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아직 판매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면서 "정책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은 일장일단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CDMO 분야에서 중국 기업인 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 등과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CDMO 기업들은 미국 기업과 거래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에스티팜 등 국내에서 이미 생물보안법에 따라 수혜를 입은 CDMO 기업이 나온 만큼 해당 법안은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미국 현지에 공장 설립을 요구하는 등 투자와 고용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연구원은 현지 CDMO 시설에서 생산된 의약품의 미국 내 유통 우선권 요구 등의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협상력을 높여두고, 대응 논리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