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R&D 선순환 하려면 국내 약가제도 개선해야"
"바이오벤처 신약개발 죽음의 계곡…연구개발비 여전히 부족"
글로벌 출시 1년 내 국내 상륙 신약 5% 불과…낮은 약가 때문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글로벌 시장 출시 1년 내 국내 시장에 상륙한 신약이 5%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인 18%에 한참 미달해, 국내 약가제도가 산업계의 R&D(연구개발)를 유인하고 시장 성장을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승래 동덕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6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서울 서초구 회관에서 출입 기자 대상으로 진행한 '2024 프레스 세미나' 발표를 통해 "계열 내 최고(Best in Class) 신약이 합리적 가격으로 상업화돼 R&D로 선순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의약분업 등에 따라 건강보험 약제비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진료비 대비 약품비 비중이 29.4%(2006년)까지 오르며 정부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도입했다. 약가 지정 방식이 산정·협상으로 나뉘며 진료비 대비 약품비 비중은 23.3%(2022년) 등으로 조절되고 있다.
이 가운데 신약 약가 협상은 대체 가능 약제, 외국 약가 등을 고려해 이뤄진다. 기존 약을 대체하는 약제를 개발할 때 건강보험 당국은 인하된 대체 약제의 가중 평균가를 참조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R&D 과정에서 예상한 약가와 편차가 큰 약가를 통보받는다. 유 교수는 "대체 약제가 존재하지 않는 질환군이나 기존 대체 약제 대비 효과가 월등히 개선된 신약을 개발하는 건 국내 업계에서 단기간 힘든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일례로 동아에스티의 항생제 신약 '시벡스트로'는 미국과 유럽에서 상용화됐지만, 국내에서는 낮은 약가 등의 이유로 국내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다. R&D에 돌입할 때와 상용화 시점 사이 간극으로 인한 일로, 업계와 당국의 입장차를 보여준다.
글로벌 최초 출시 후 1년 내 상륙한 신약의 비율이 미국은 78%에 달한 반면, 한국은 5%에 머무른다. 유 교수는 "도입률, 등재 기간 산출 관련해 업계와 당국의 입장차가 있다. 국내사 개발 신약이 국내 발매되지 않고 해외에만 출시된 사례도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유 교수는 또 "해외 신약의 국내 상업화 포기로, 국내 제네릭 의약품이 먼저 등재되는 사례도 있다"며 "필수 의약품의 약가가 합리적이어야, 제약 주권도 확보할 수 있다. 의약품 수급 불안, 자급도 지표 하락과도 연관된 문제"라고 부연했다.
이어 "지난해 국내 제조 신약 5개와 수입 신약 32개 등 총 37개가 허가됐지만 국내 개발 신약은 0건"이라며 "신약 평가 방식이 고도화돼야 하고, 해외 시장에 수출할 만큼 실효성 있는 신약의 개발 지원방안을 마련할 때"라고 진단했다.
신약 개발 과정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가운데 국내 바이오 업체가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인정할 만한 계획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강연자로 나선 우정규 유안타인베스트먼트 이사는 "바이오 산업엔 죽음의 계곡이 이어진다"고 운을 뗐다.
우 이사는 "최초 혁신 신약 개발에 1조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글로벌 제약사는 신약 1개당 수조원의 R&D 비용을 감당하나, 국내 기업은 1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개발해야 한다. 국내 역량으로는 아직 개발 완수가 어렵다"고 말했다.
우 이사는 국내 바이오 기업에 벤처캐피탈(VC)과 PE(프라이빗에퀴티) 등의 투자 유치, 오픈이노베이션 협력 등이 요구된다고 봤다. 또 옥석을 가리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기술력, 주요 인력의 역량, 생동력, 회복탄력성(생존력) 등을 거론했다.
우 이사는 "바이오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정부, 민간, 기관, 금융, 투자, 규제 등의 좌절의 경험을 여러 번 해봐야 한다. 그 좌절의 경험에서 바이오 섹터는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레퍼런스를 쌓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도 보건 산업 진흥 정책과 약가정책 사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고 했다. 노 회장은 "제약바이오 산업은 미래 성장동력"이라며 "정부도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보건산업 진흥 정책이 약가정책과 부정합하는 산업계 현실에 투명성과 미래 예측성이 떨어져 어려움이 상존하고 있다. 업계는 여러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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