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점유율 글로벌 4위 한국, DCT 비중은 8위 영국의 1/10 수준

[진화하는 임상②] 원격 의료 규제 등 국제 수준에 부합해야
제약바이오·CRO 관계자 264명 중 96.2% “DCT 도입 필요”

편집자주 ...전통적인 임상시험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임상시험 방법 '분산형 임상시험'(DCT)이 글로벌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국내 업계도 DTC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정부 당국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뉴스1은 총 3편의 기획 기사를 통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의약품 개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임상시험에 대한 글로벌 트렌드와 국내 활성화 방안 등을 조명해 본다.

제이앤피메디 관계자가 지난해 열린 디지털 임상시험 심포지엄 '2023 제이앤피메디 커텍트'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제이앤피메디 제공)/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우리나라는 임상시험 선진국임에도 분산형 임상시험(DCT) 활용도는 낮은 편이다. 영국과 뉴질랜드 등 전체 임상시험에서 DCT 비중이 10% 이상인 곳과 비교하면 1/10 수준이다. 제약바이오·임상시험위탁기관(CRO) 업계에서는 DCT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임상시험 점유율 세계 4위…법·제도 차이로 DCT 활용도 낮아

6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제약사가 주도한 임상시험 점유율 국가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다. 전체 글로벌 임상시험 건수가 2022년 4729건에서 지난해 4470건으로 5.48% 감소했음에도 국내 임상시험 건수는 전년 대비 9.03% 증가했다.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스페인 순이다.

서울은 7년째 임상시험 수행 도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의료 수준이 높고 피험자 모집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2위는 중국 베이징, 3위는 미국 마이애미, 4위는 중국 상하이, 5위는 스페인 마드리드 등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점유율 국가 순위(단위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제공)/뉴스1 ⓒ News1

우리나라는 우수한 임상시험 수행 국가 중 한 곳임에도 연구에서 차지하는 DCT 비중은 여전히 낮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DCT 동향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단일국가 DCT 비중은 전체에서 1.2%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DCT는 6.4% 비율을 나타냈다.

DCT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은 단일국가 임상시험에서 12.8%를 DCT로 수행했다. 뉴질랜드는 글로벌 임상시험 중 11.3% 비중을 DCT로 진행했다.

업계는 이러한 차이가 국가 간 법령과 제도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임상시험 전자동의에 대한 기준이 발간돼 있다. 전자동의는 의료 환경에서 수술동의서 등에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대부분 원격 전자동의가 허용되는 반면, 국내에서는 임상시험 대상자의 이해도 문제, 경험 부족, 규제적 이슈 등으로 도입되지 않고 있다.

DCT 핵심 요소로 꼽히는 의약품 배송과 원격 방문 등도 규제적 쟁점 등에 따라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는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상시험위탁기관(CRO) 관계자는 "DCT를 활용한 임상 개발 전략은 이미 전 세계에서 증가하고 있다"면서 "DCT 관련 규제 변화는 전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으므로 정부 차원에서 국제 가이드라인 제정, 개정에 주목하고 국내 규제가 국제 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CRO 관계자 264명 중 96% DCT 필요…기반 구축 중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DCT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국내외 제약사·CRO 관계자 2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2%가 분산형 임상시험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분산형 요소 기술 중 원격데이터 모니터링, 데이터 수집, 전자서명, 환자 자가 보고, 비대면 진료 순으로 시급성과 중요성이 높다고 봤다. 분산형 임상 도입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응답자의 76.9%가 '규제환경과 규제기관의 변화'를 꼽았다. '임상시험 연구진의 빠른 적응(준비)'이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56.4%다. '사회적 합의'를 꼽은 응답자 비중은 49.6%를 나타냈다.

정부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과 글로벌 임상 강국 도약을 위한 DCT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관련 사업단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가이드라인 작성, 연구개발(R&D) 사업 등을 통해 기반을 구축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연과제 '포스트 코로나 임상시험 환경 변화에 따른 규제 선진화 연구' 성과로 지난 2022년 4월 민관학 관계자로 구성된 '규제 선진화 전문가 협의체'(ARICTT)는 DCT 권고안을 도출하고 있다.

협의체는 국내외 관련 법령과 가이드라인 배경 조사, 국외 임상시험 사례/출판물, 국내 임상시험 사례 등을 기반으로 권고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식약처는 이를 참고해 관련 기준을 개발하게 된다. 권고안 개발을 위한 사례 연구 일종으로 현재 건강기능식품을 이용한 완전 분산형 임상시험 계획이 수립되고 수행된 바 있다.

이밖에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도 지난해 보건복지부 '스마트 임상시험 기술 개발 연구 사업단'(SCRC)을 주관기관으로 지정해 임상시험 신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또 DCT 활성화를 위해 민관 협의체를 운영하고 관련 요소 기술을 적용한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CRO 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에서 시간과 비용은 성공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로, 빠른 개발 속도를 유지하는 신약이 경쟁 상대에 앞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음을 고려하면 DCT 활용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라면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임상시험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연구 인력의 임상시험용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교육훈련 등이 동반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