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시간 단축·비용 절감…'분산형 임상시험' 뭐길래

[진화하는 임상①] 의료 선진국, DCT 가이드라인 앞다퉈 도입
디지털 기술 발전·코로나19 거치며 '환자 중심 임상' 급부상

편집자주 ...전통적인 임상시험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임상시험 방법 '분산형 임상시험'(DCT)이 글로벌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국내 업계도 DTC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정부 당국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뉴스1은 총 3편의 기획 기사를 통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의약품 개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임상시험에 대한 글로벌 트렌드와 국내 활성화 방안 등을 조명해 본다.

LSK 글로벌 파마서비스 관계자가 임상시험과 관련한 통계를 분석하고 있다.(LSK글로벌PS 제공)/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글로벌 곳곳에서 분산형 임상시험(DCT·Decentralized Clinical Trials)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있다. 전자동의서 등 디지털 기술이 개선되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한 세계 각국이 DCT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차세대 임상 연구 방법으로 꼽히는 DCT를 활용하면 편의성과 연구 속도, 시험 정확성을 높이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주요 11개국서 가이드라인 구축…'하이브리드 임상시험' 긍정

5일 국가임상시험재단에 따르면 미국 등 글로벌 주요 11개국이 이미 DCT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활용하고 있다.

임상 선진국인 싱가포르와 호주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임상시험 진행을 위해 2020년 가이드라인을 구축했다. 이어 스웨덴, 덴마크, 스위스, 유럽이 2021~2022년 각각 DCT 방식을 연구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의약품, 바이오의약품, 의료기기를 위한 분산형 임상시험'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대만, 중국 등이 지침을 마련했다.

DCT는 환자가 병원 등 의료기관에 방문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전통적인 임상시험을 극복한 연구 방법 중 하나다. 디지털 기술 발전과 코로나19 팬데믹, 환자 중심 임상시험 등 영향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FDA 등 글로벌 주요 규제기관에 따르면 DCT는 '임상시험 일부, 전체 절차가 병원 등 실시기관 외부에서 수행'하는 방식을 활용한 임상시험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DCT, 비대면 임상시험, 탈중심화 임상시험, 가상 임상시험, 원격 임상시험 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지만, DCT로 정리되고 있다.

전통적 임상시험 방법(왼쪽)과 분산형 임상시험(DCT) 방법.(서울대학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뉴스1 ⓒ News1

앞서 DCT는 미국에서 40여년 전에 이미 시행됐다. 해당 임상시험은 '남성의사건강연구'(PHS)에 관한 것이었다. 1981년에 미국의사협회에 가입한 40~84세의 남성 의사 약 26만명 중 2만207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아스피린의 심근경색 예방효과와 베타카로틴의 암 예방효과를 연구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이다.

참가자들은 혈액 표본을 냉동팩으로 포장해 우편으로 연구자 등에게 보냈다. 베이스라인, 6개월, 1년, 이후 매년 2페이지 분량의 설문지를 우편을 활용해 제출했다. 연구결과 아스피린은 심근경색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고 베타카로틴은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확인됐다. 해당 임상 결과로 저용량 아스피린을 심장질환 환자에게 처방하고 있다.

업계는 임상시험 절차 일부 또는 전체를 실시기관 외에서 수행할 수 있다는 FDA DCT 가이드라인을 두고 '하이브리드 임상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 임상시험은 필요에 따라 원격·비대면 방식으로 데이터 등을 수집하면서 환자가 직접 병원에도 방문하는 임상시험이다.

임상시험위탁기관(CRO)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약이나 백신 개발이 필요하지만, 환자의 병원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DCT가 다수 이뤄졌다"면서 "DCT 효율성이 확인되면서 각 국가가 임상시험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성이나 개인정보보호에 큰 문제가 없는 데이터 수집 등은 편리한 방식으로 수집하고 환자가 꼭 병원에 방문해야 하는 연구 절차는 방문을 통해 진행하는 임상시험이 합리적이고 긍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자 중심 DCT, 임상 속도·정확성 높이고 비용은 낮추고

DCT는 IT기술을 통해 원격 데이터 수집, 모니터링 등이 가능하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원격 진료 플랫폼, 전자 데이터 수집,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임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연구진과 환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글로벌 임상시험 솔루션 기업 메디데이터에 따르면 한 빅파마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심방세동 질환 관련 임상시험을 알리고, 환자들이 메디데이터 환자 대상 포털 마이메디데이터(myMedidata)를 통해 직접 등록하도록 했다.

해당 연구에 적합한 환자들은 전자동의서를 작성하고, 화상으로 의료진과 만나며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등 분산형 임상시험 방식으로 연구에 참여 중이다.

기존 사례를 보면 환자가 집에서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연구를 구성하자 전통적인 임상시험에 비해 환자모집률이 30% 증가하고 유지율이 20% 향상됐다. 해당 연구는 웨어러블 기기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원격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다.

또 환자가 임상 의료기관으로 이동해야 하는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연구도 수월해지고 데이터 품질이 25% 향상됐다. 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연구에서는 원격 의료 플랫폼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활용됐다. 그 결과 환자 만족도는 40% 증가하고 연구비용은 30% 감소했다.

CRO 관계자는 "DCT는 임상시험을 더 효율적이고 환자 중심적으로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다. 직접 의료기관에 방문할 필요성을 줄이고 환자나 임상 참여자에 더 많은 유연성을 제공한다"면서 "혁신 기술을 사용해 데이터를 수집해 연구 속도를 올리는 등 잠재력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개인정보, 윤리적 사항 등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면서 "엄격한 보안을 통해 환자 권리를 보호하고 DCT 연구 절차 전반에 걸쳐 높은 윤리적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 연구자는 시험이 환자 위험을 최소화하고 이점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