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성분 용량 늘린 70대 남성 '급성췌장염' 사망[헬스노트]

美 코네티컷 대학교 연구진 "70대 남성, 4년간 복용 후 췌장염 진단"
51세 여성도 12주간 복용중 급성췌장염 진단…“연관성 조사해야”

한국노보노디스크 제약이 15일 출시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아티드' 노보 노디스크 제공)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GLP-1RA)를 4년간 사용한 70대 남성이 중증 췌장염을 진단받은 후 중환자실에 입원해 사망한 사례가 보고됐다.

GLP-1RA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유명 모델 킴 카다시안 등이 체중 감량 비결로 꼽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오젬픽' 등 비만치료제를 일컫는다. 성분은 세마글루타이드로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해 음식을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식욕을 억제해 준다.

28일 체블리 다거 미국 코네티컷 대학교 파밍턴 캠퍼스 내과 연구진에 따르면 70세 남성 A 씨는 제2형 당뇨병, 심방세동, 관상동맥질환, 비만(BMI 31.7)을 진단받고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하기로 결정했다.

A 씨는 약 4년간 0.25mg 용량으로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했고, 병원 응급실에 입원하기 약 4주 전 0.5mg으로 용량을 늘렸다.

하지만 용량을 늘린 후 A 씨는 며칠간 메스꺼움, 구토, 복통 등의 증상을 호소했고 증상이 심해져 응급실을 찾게 됐다. 다만 A 씨는 평소 급성췌장염의 전형적인 위험 요인인 복부 외상, 알코올 섭취,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사용, 감염 등의 증상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밀검사 결과 A씨는 세마글루타이드로 인한 급성 중증 췌장염을 진단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입원 직후 A씨는 혈압이 낮아지기 시작했고, 의료진은 혈압을 높이기 위해 노르에피네프린을 투여했지만 이 과정에서 신장 기능이 악해졌다. 또 고칼륨혈증이 악화됐으며, 결국 지속적인 신대체 요법을 시작하게 됐다.

입원 이틀째, A 씨는 저산소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3일째에는 기관 삽관을 했다. 기관삽관이란 스스로 숨을 쉬는 것이 불가능해 환자의 기관 내 튜브를 삽입해 기도를 확보하는 시술이다.

그러나 기관 삽관 직후 A 씨는 심정지를 일으켰고, 심정지 후에는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 바소프레신 등 최대 용량의 승압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했다. 하지만 A 씨는 계속 심정지를 반복했고,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연구진은 "세마글루타이드는 저혈당 위험이 낮고 체중 감량에 이점이 있으며 편리한 주사 방식으로 인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방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세마글루타이드는 다른 약물과 마찬가지로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마글루타이드가 도입된 지 몇년 후 급성 췌장염 사건이 여러차례 보고됐다"며 "비만 병력이 있는 51세 여성은 12주 동안 세마글루타이드로 비만 치료를 하던 중 구토, 상복부 통증을 호소해 병원을 찾았으나 급성 괴사성 췌장염을 진단받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췌장 외분비관 세포와 췌장 섬 베타 세포에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 수용체의 직접 활성화는 이러한 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자극해 췌장 질량을 증가시키고 외분비관을 막아 급성췌장염을 유발한다는 가설이 있다"며 "16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체중 감량을 위해 식욕을 억제하는 약물인 '부프로피온-날트렉손'을 사용하는 환자에 비해 세마글루타이드와 리라글루타이드를 사용하는 환자에게 췌장염 발병률이 더 높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세마글루타이드 부작용으로 췌장염이 4년이나 오랜 기간이 지난 후 갑자기 발병하는 사례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세마글루타이드의 복용으로 환자가 췌장염이 걸릴 위험이 더 높은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SCI급 국제학술지 '큐리어스(Cureus)' 9월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