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주문 첫날 오픈런…'삭센다' 끼워팔기 논란도
노보 측 "병의원, 용량당 펜 2개씩 주문"…사이트 잠시 먹통
한달 최대 100만원대…식약처, 불법 판매·광고 집중 단속
- 강승지 기자,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황진중 기자 =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국내 출시되자마자 품귀 현상이 예상되는 등 의료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관심이 쏠린다. 제약사가 구매 수량을 제한하면서 병의원은 앞다퉈 주문 경쟁에 나섰고 처방이 예상되는 병의원에는 전화 문의가 이어지는 걸로 전해진다.
펜 모양의 주사 1개로 주 1회, 1개월씩(4주) 투여하도록 개발·제조된 위고비는 의사의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쓰일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주사제는 의약분업 예외 품목으로서 의사가 원내에서 처방할 수 있다.
15일 관련 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위고비의 국내 중간 유통을 맡은 쥴릭파마코리아는 이날 오전부터 병의원을 상대로 위고비 주문을 받았다. 주문이 쇄도하면서 오전 중 한 차례 주문 사이트가 마비된 뒤 복구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위고비의 국내 허가권자인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은 "신규 거래 병의원의 경우, 용량당 2펜씩만 주문할 수 있다"고 공지한 걸로 알려졌다. 이번에 시판되는 위고비 총량은 아직까지 공개된 바 없다. 노보 측은 이날 저녁 6시 30분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의료진 대상 출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위고비는 식사 후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과 유사한 성분(세마글루타이드)으로 이뤄졌다. 이 성분이 뇌 시상하부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 감량 효과를 거둔다.
앞서 출시된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도 GLP-1 계열인데 매일 투여하고 56주 기준으로 평균 7.5%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 그러나 위고비는 주 1회 놓는 데다 68주 투여 기준 체중을 평균 14.8% 감량하는 효과가 확인되는 등 효능·편의성 면에서 개선된 약이다.
위고비의 국내 병의원 공급가는 37만2025원(4주분 기준)인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이라, 실제 가격은 병의원에서 부르는 게 값이다. 진료비 등을 포함한 환자 본인 부담은 4주분 기준 80만원대에서 최대 100만원대까지 나올 거란 전망도 있다.
이날 블로그에 위고비 관련 정보성 글을 올린 서울 강남 소재의 한 의원은 "4주분 79만원(진료비 5만원 별도)으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체중 감량 효과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투약을 해야 하는데, 한달에 80만원에서 1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미용성형분야 학회장을 지냈었던 서울의 한 개원의 A씨는 "용량당 펜을 2개씩 주문할 수 있고, 추후 추가 주문할 때는 삭센다를 주문하는 개수만큼 위고비를 주문할 수 있다는 정보를 접했다. 이른바 '끼워팔기'로 볼 수 있겠으나 출시 전략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A씨는 "비급여 약이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범위 밖의 사람도 의사 처방 하에 위고비를 놓을 걸로 보인다. 큰 인기를 얻을 전망"이라며 "70만원대 가격이어도 약값이 비싸 병의원엔 남는 게 별로 없다"고 귀띔했다.
배우경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 약은 한마디로 '비싸고 효과가 좋은 삭센다'"라며 "적정 비용이라는 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데다 비만은 효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아이템으로도 병원 밖에서 소비되는 분야"라고 진단했다.
노보 노디스크 제약과 쥴릭파마가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가운데 향후 품귀 현상이 벌어질지도 관심사다.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의 생산시설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38억 달러(약 5조3000억원)에 이어 올해 68억 달러(약 9조4000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한 지역 의약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번 주의 경우, 초도 수입 물량만 털어놓은 걸로 알고 있다"고 했지만 한 시군구의사회장은 "담당자가 방문해 말하길 출시 초기라 주문 제한을 걸어놨는데, 앞으로 물량이 많이 풀린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고비가 출시되면서 관련 온라인 불법 판매·광고 행위를 이날부터 1개월간 집중적으로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식약처는 "의사 처방과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며 일반 개인이 해당 약을 판매하는 건 불법이라고 당부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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