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약, 듣지 않아도 바꾸기 어려워…1700만원 치료비 '폭탄'
교차투여시 급여 기준 복잡…"상태 악화해야 가능"
아토피피부염학회, 기존 약 충분한 효능 없을 땐 변경 제안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중증 아토피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 기존 사용 중인 약을 다른 약으로 바꿀 경우 환자 본인 부담금이 연간 최대 1700만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약을 변경하면 보험급여 등을 적용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환자단체와 의료계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최적의 환자 치료를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는 바이오의약품 계열 듀피젠트, 아트랄자, 엡글리스와 JAK 억제제 계열 올루미언트, 린버크, 시빈코 등이 있다.
바이오의약품, JAK 억제제 등 기존 치료 대비 개선된 효능을 확인한 새로운 치료제들이 개발·도입되고, 중증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산정 특례 적용을 통해 치료 접근성 등이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추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증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산정 특례와 각각의 신약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은 10%로 줄었다. 하지만 약물을 변경하는 교차투여와 관련해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건강보험 급여 기준 상 생물학적 제제 또는 JAK 억제제 중 하나의 치료제로 치료를 시작한 후 다른 치료제로 변경하면 급여와 산정특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산정특례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보험 급여를 인정해 주는 제도다.
중증 아토피 치료제를 변경하고 보험 등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 약물 투여를 중단한 후 4주간 국소치료제를 활용해야 한다. 이후 3개월 이상 전신 면역억제제를 투약하고 습진중등도평가지수(EASI)로 평가하는 아토피피부염 상태가 악화해야 교차투여에 대한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약제 교차투여에 따른 산정특례를 받기 위한 기준이 까다롭고 엄격하다는 의미다.
이런 보험급여와 산정특례 혜택은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기준을 정한다. 업계에 따르면 심평원은 중증 아토피치료제 교차투여 시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준을 정할 때 임상 등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된 치료법을 우선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증 아토피를 앓고 있는 환자들은 유사한 질환인 건선을 예로 들며 기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박조은 중증아토피연합회 대표는 최근 복지부 대상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건선 환자들은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을 때 다른 약제로 바꿔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중증 아토피 환자 입장에서는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는 약을 계속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치료에 더 효과적인 약이 있어도 약을 바꿀 수 없다"면서 "교차투여 시 정부가 건강보험과 산정특례를 적용해 주지 않는다. 약을 바꾸게 되면 연간 최대 1700만 원 상당의 약값을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에서는 바이오의약품으로 충분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환자들은 다른 바이오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부작용을 고려할 때 JAK 억제제를 투여하기 어려운 환자들은 다른 생물학적 제제를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는 지난 7월 발표한 '2024 한국 아토피피부염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중등증 이상 아토피피부염 환자를 대상으로 바이오의약품이나 JAK 억제제에 불충분한 반응이 나타나거나 부작용 등으로 기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을 때 다른 바이오의약품이나 JAK 억제제로 변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임상 현장에서는 교체투여가 어려운 현행 급여 기준 때문에 가장 고가의 치료제를 가장 많이 처방하게끔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태영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보험이사는 "치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함에도 교체투여가 막혀 고가 약제를 지속하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기존 바이오의약품에서 다른 약제로 교체할 수 있다면 건강보험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토피피부염은 심한 가려움증과 반복적인 염증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주로 영유아기에 발병해 나이가 들면서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영유아기에 발생한 아토피피부염의 약 20~30%는 성인까지 지속된다.
중증 아토피피부염은 만성적인 가려움증과 피부염증 등으로 인해 수면장애뿐 아니라 감정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사회생활도 저해시키는 등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한 질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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