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임시주총 청구 절차상 하자 논란…형제측 '무리수'

지주사 이사회 결의 없이 임종훈 독단으로 요청 가능성

한미그룹 임직원이 서울 송파구에 있는 본사 로비에서 이동하고 있다./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요구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구와 관련해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시 주총을 요구하려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독단적인 의사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고려아연 사례 등을 분석해 온 A 변호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상법 제393조 제1항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의 선임 또는 해임과 지점의 설치·이전 또는 폐지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를 근거로 이번 임시주총 소집 청구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않고 대표의 즉흥적인 결정이라면 청구 자체가 무효라는 의견을 밝혔다.

'중요한 업무 집행 사항'은 상법 외 여러 규정 등에 의해서도 이를 대표이사에게 위임하지 않고 이사회 결의로 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A 변호사는 "이러한 이유 외에도 지금처럼 첨예한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는 ‘임시주총 소집 청구 여부·주총 안건 확정’ 등이 이해관계가 명확히 대립되는 중요한 쟁점이라는 게 분명하다"면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결의 없이 대표이사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의해 임시주총 소집이 청구됐다면 이는 명백히 무효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미사이언스는 5개월 전인 지난 5월 3일 '한미약품 임시주총 소집 요청의 건'에 대해 이사회 결의를 진행했다. 당시 한미약품 임시주총 소집 청구는 한미사이언스의 '중요한 업무 집행 사항'에 해당했기에,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결의를 거친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30일 한미사이언스의 한미약품 임시주총 소집 요청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다. 불과 3일 전인 27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열렸고, 이날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 일정 등이 확정됐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면 이날 한미약품 임시주총 소집도 정식 안건으로 다뤄졌어야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한미약품 임시주총 소집 요청은 다급해진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등 형제 측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실제 임시주총 안건도 △박재현 사내이사(한미약품 대표이사 전무),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 해임과 △박준석(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장영길(한미정밀화학 대표) 신임 이사 선임 등이다.

박재현·신동국 이사는 대주주 3인 연합 인사들이고, 박준석·장영길 두 사람은 형제 측 인사로 분류된다.

한미약품 이사회는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인 대주주 연합(3인 연합) 측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10명 중 5~7명을 차지하고 있다. 송영숙 회장 경영 시절 임명된 사외이사를 포함하면 반수 이상이 3인 연합 측 인사인 셈이다.

형제 측은 한미약품 임시주총 개최와 안건 통과로 한미약품 이사회를 장악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안건이 통과되고, 한미약품 사외이사가 독립적인 판단을 통해 형제 측에 손을 들어 준다면 형제 측이 확보할 수 있는 한미약품 이사 수는 5~7명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로부터 임시주총 요청을 받은 후 "이사회를 통해 임시주총 관련 논의를 진중히 검토하겠다"면서도 "최근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한미약품 임시주총 안건이 다뤄지지 않은 사실로 볼 때, 이번 제안이 한미사이언스 법인이 한 것인지,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등 특정 대주주의 독단적 결정인지 불확실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지주사의 특정 대주주 경영자가 그룹사의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독재 경영'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