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약 먹어도 될까…"초기 27~67일 약 복용 피하세요"

약사가 알려주는 임산부 약 복용법
진통제·수면제·항생제·감기약 항히스타민제, 태아에 치명적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임신인 줄 모르고 약을 먹었는데 아기한테 괜찮을까요."

임신 중 약 복용은 혹여나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까 봐 임산부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임신 후 아예 약 복용을 꺼리는 임산부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임산 첫 달부터 아이를 낳을 때까지 열 달 동안 약 복용을 피하는 것보다 적합한 치료제를 적절한 시기에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2일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임산부가 복용한 약이 태아에게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임신 후 27~67일 가량이다.

임신 초기 3개월은 태아의 세포분열이 왕성하게 일어나고 중요 장기가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사소한 부작용으로도 기형이 되거나 유산이 될 위험이 가장 큰 시기이기 때문이다.

가임기 여성은 생리 예정일을 전후해 임신 가능성을 생각해 약물 복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임신이 확인됐다면 이후 두어 달은 약물 복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만 만약 생리 예정일 전에 약을 먹었는데 생리가 없어서 임신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더라도 약 때문에 기형아가 태어날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임신을 했다 해도 생리 예정일 일주일 전까지는 아직 수정란이 착상되지 않았고, 생리 예정일을 앞둔 일주일 동안은 수정란이 비록 착상됐다 해도 산모로부터 본격적으로 영양을 공급받지는 않고 수정란 자체의 분열이 이뤄지는 시기라 임산부가 약을 먹었더라도 태아에게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임산부가 특히 주의해야 할 약물은 △진정제 △진통제 △항생제 △감기약에 들어있는 항히스타민제 등이다. 이는 태아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임신 중에 해당 약물을 복용해야 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실제 1961년 유럽 등에서는 '탈리도마이드'라는 수면제를 먹은 산모들이 양팔이 없는 기형아를 출산한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서독에서만도 십만여 명의 기형아가 태어났으며, 이 약을 수입했던 영국, 프랑스, 일본 등 20여개 국에서도 기형아가 태어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약을 개발할 때 무엇보다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기게 됐으며 특히 약을 먹을 사람이 임신부일 경우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더욱 안정성에 주의하게 됐다.

수면제뿐만 아니라 진통제도 뇌를 마비시키기 때문에 태아에게 위험하다. 또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먹는 항생제의 경우에도 임신한 여성은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항생제는 세균의 유전자에 작용해 세균을 죽이는 것도 있기 때문에 태아의 유전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임신 중일지라도 그냥 내버려두면 산모가 위험해지거나 병이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양수감염, 풍진 등의 급성전염병, 폐결핵 등과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한다. 이런 질병에 걸리면 열이 나는 증상이 있으므로 임신했을 때 몸에 열이 나면 참지 말고 빨리 치료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대한약사회는 "특히 임신 초기에는 태아의 주요 장기가 만들어지는 시기여서 기형이 되거나 유산이 될 위험이 가장 큰 때이므로 약을 먹는데 특히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부득이 하게 임신 중 병에 걸렸을 때는 무작정 약을 피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 적합한 치료제를 적절한 시기에 바르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