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혁신 생태계 구축 위해 중규모 펀드·법차손 개선 필요"
20일 국회 토론회…"단기적 바이오 벤처 살릴 처방 필요"
"투자금 회수 방법 IPO 외에 M&A 등 활성화해야"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바이오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해 낡은 규제 중 하나로 꼽히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문제를 개선하고 중규모 펀드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중규모 펀드를 조성해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방안과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기업공개(IPO)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 등이 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첨단바이오 산업 혁신 성장 사다리 구축을 위한 트레일블레이징 뉴 트레일'(TNT·Trailblazing New Trail)을 주제로 개최된 토론회에서 "고금리와 전쟁 등 외부 타격으로 바이오 생태계가 무너지면 그동안 정부가 투자한 연구개발(R&D) 지원이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바이오 벤처를 살릴 수 있는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 업계는 코로나19 엔데믹과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 전쟁 등으로 투자금이 줄어들면서 위축된 상황이다.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 투자 규모는 2019년 1조 1033억 원, 2020년 1조 1970억 원, 2021년 1조 6770억 원으로 증가하다가, 2022년 1조 1058억 원으로 급격히 꺾이더니 지난해 8844억 원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분기별 바이오·의료 신규 투자액은 1분기 1520억 원, 2분기 2145억 원, 3분기 2599억 원, 4분기 258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 투자액은 2645억 원이다. 전년 동기 2145억 원 대비 23% 늘었다. 직전 분기 1563억 원에 비해서는 69% 급증했다. 올해부터 신규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존 상장 기업 등엔 여전히 위기가 지속하고 있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협회가 바이오 장비 판매 중계 플랫폼 '바이오 장비 직거래 마켓'을 만들었다. 바이오기업 R&D가 축소하면서 유휴 장비를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회사가 많아졌다"면서 "당장 현금이 필요한 데 중고 장비업체와 거래를 하더라도 거래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등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가 있어 만들게 됐다. 바이오 벤처 업계 상황은 이렇게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특례상장 등을 통해 초기 바이오산업 구축에 긍정적인 도움을 받았지만, 아직 생태계가 튼튼하지 못해 외부 영향에 타격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200억~300억 원 규모 펀드를 만들어서 초기 단계 기업에 5억~10억가량만 투자해도 연구를 꾸준히 진행할 수 있다. 이런 펀드를 여러 개 만들어서 단기간 자금 경색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규 부회장은 법차손 이슈와 관련된 문제도 지적했다. 법차손은 회계상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이 자본의 50%를 초과한 경우를 뜻한다. 한국거래소는 법차손 발생 요건이 최근 3년간 2회 이상 해당하는 기업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관리종목 지정 후 사유가 해소되지 않은 기업은 상장 폐지된다.
하지만 이는 실패 위험을 감수하고 장기간 신약 개발에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규제로 지적돼 왔다.
이 부회장은 "신약개발사 등 바이오 기업이 대다수 활용하는 기술특례상장은 혁신기술을 시장에서 평가받으라는 취지의 제도"라면서 "5년 안에 법차손 문제를 피하기 위해 2년가량 혁신기술을 개발하고 남은 3년간 매출처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까지 다양한 제도가 긍정적으로 작용해 바이오산업이 발전했지만, 산업이 더 나아간 만큼 현실에 맞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법차손 등 단기간 내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열악한 환경 가운데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장 전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 개선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이정규 대표는 "기술적으로는 글로벌 생태계가 연결돼 있다. 그러나 투자와 자본시장 등은 상당히 격리된 것이 독특한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면서 "우리나라는 바이오 선진국에 비해 100걸음 뒤에서 시작했지만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기업이 신약 개발 등 본질적인 사업에 몰두할 수 없도록 만드는 규정 등이 있다. 법차손 같은 규제다"면서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기준 하에 여러 가지 규제들이 적절한지 검토하는 것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미국 나스닥 사례를 들어 법차손 문제를 지적하고 투자사가 IPO 외에 자금회수를 할 수 있도록 M&A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황만순 대표는 "미국 나스닥에 있는 바이오 기업 중 상위 200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했더니 1/3이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관리 등록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중에서는 시가총액이 44조 원 규모 회사도 있었다. 이런 것이 법차손 규정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매출을 확보해야하므로 기존에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이 이를 대비한다고 난리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마다 기업 바이오 기업 10곳이 상장한다고 보면 10년 동안 100개 기업만 투자자들의 자금회수가 가능하다. 나머지 2900곳은 죽어야 하는 것"이라면서 "IPO 외에도 M&A 등 다른 출구가 필요하다. 이사회에서 의사결정 하는 것을 통해 M&A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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