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아토피 치료, '교차 투약' 효과 ↑…급여 제한에 발목

치료 옵션 확대에도 산정 특례 허용 한계…부작용 우려
치료 가이드라인서 변경 제안…21일 정책토론회 개최

ⓒ News1 DB.뉴스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중증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 약물을 바꿔 투약할 때 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바이오의약품 등 신약이 출시되고 있음에도 교차 투여 시 보험 급여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환자 치료를 위해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 다양한 약물 출시에도 교차 투여 보험 한계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증아토피연합회는 세계 아토피피부염의 날을 맞아 보험 급여 적용에 한계가 있는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오는 21일 개최한다.

아토피피부염은 심한 가려움증과 반복적인 염증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주로 영유아기에 발병해 나이가 들면서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영유아기에 발생한 아토피피부염의 약 20~30%는 성인까지 지속된다.

아토피피부염 환자 4명 중 1명은 성인에서 발생한다. 중증 아토피피부염은 만성적인 가려움증과 피부염증 등으로 인해 수면장애뿐 아니라 감정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사회생활도 저해시키는 등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한 질환 중 하나다.

경증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스테로이드제나 면역조절제 등 국소 치료제를 통해 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등도나 중증 아토피피부염은 국소도포제 치료와 전신 치료를 병행해도 한계가 있어 의료 미충족 수요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각종 바이오의약품 등 신약이 출시되면서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를 위한 치료 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교차 투여와 관련해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조은 중증아토피연합회 대표는 "첫 중증 아토피 치료제 약제가 출시됐을 땐 약물이 하나밖에 없으므로 교차 투여라는 선택지가 없었다"면서 "이후 다양한 약물이 출시됐지만 치료가 우선이었다. 의약품이 다양화된 이후 치료와 관련한 데이터들이 쌓이면서 교차 투여에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증아토피연합회가 '세계 아토피피부염의 날'을 맞아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중증아토피피부염연합회 제공)/뉴스1 ⓒ News1

◇환자 상태 따라 다양한 약제 투약 필요…산정 특례 기준 복잡

아토피피부염은 유전적, 환경적, 면역학적 요인 간 복잡한 상호작용에 따라 나타난다. 면역학적 측면에서는 인체 면역체계에서 방어를 위한 단백질 분자인 사이토카인이 발생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터루킨 13·4·31 등의 사이토카인을 우선 생성하는 2형 보조T세포의 조절 장애는 아토피피부염의 주요 면역학적 원인으로 꼽힌다. 중등도나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주요하게 사용되는 생물학적 제제, JAK 억제제 등 신약은 이러한 사이토카인의 면역학적 이상을 바로잡아주는 기전이다.

바이오의약품, JAK 억제제 등 기존 치료 대비 개선된 효능을 확인한 새로운 치료제들이 개발·도입되고, 중증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산정 특례 적용을 통해 치료 접근성 등이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추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토피피부염이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적절한 의약품을 교차로 투여해 치료하는 방식이 필요하지만, 산정 특례 등 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이다.

박조은 대표는 "환자들은 부작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중증 아토피 치료제 교차 투여가 필요하다고 실감하고 있다"면서 "다른 질환은 가능한 데 왜 아토피만 안 되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아토피피부염은 환자의 나이와 면역상태가 달라 각 치료제에 따른 치료 효과나 부작용 등도 다르게 나타난다. 이질적인 질환 특성상 환자의 연령, 유병 기간, 중증도 등에 따라 환자 개별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

중증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산정 특례와 각 신약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은 10%로 줄었지만, 교차 투약과 관련해 여전히 진료 현장에서는 한계가 있다. 건강보험 급여 기준 바이오의약품 또는 JAK 억제제 중 하나의 치료제로 치료를 시작한 후 다른 치료제로 변경하면 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문제다.

산정 특례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보험 급여를 인정해 주는 제도다.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가 교차 투여에 대한 보험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복잡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기존 치료제 투여 중단 후 4주간 국소 치료제, 이후 3개월 이상 전신 면역억제제 투여 후 습진중등도평가지수(EASI)로 평가하는 아토피피부염 상태가 악화돼야 다른 생물학적 제제 또는 JAK 억제제에 대해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치료 가이드라인서 교차 투여 제시…"기준 완화 기대"

환자들과 의료 전문가는 이러한 급여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가 변화된 치료 환경을 반영한 '한국 아토피피부염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중등증 이상의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생물학적 제제나 JAK 억제제에 불충분한 반응을 보이거나 부작용 등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다른 생물학적 제제 혹은 JAK 억제제로 변경하는 치료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에서 교체 투여는 일상적으로 보장이 필요한 치료 방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또 다른 면역 질환이자 피부과 질환이면서 산정 특례 대상인 중증 건선은 치료 효과가 불충분하거나 부작용으로 투여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 타 약제로 교체 투여할 수 있고 급여를 인정받는다.

한태영 노원을지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 의료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치료제를 교체해야 함에도, 급여 기준의 제한으로 선택에 제약이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면서 "다행히 최근 보건 당국에서 대화의 물꼬를 튼 만큼, 치료 방법을 교체할 때 모두 급여 적용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기준이 완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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