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대표 무산' 임종윤…"임시 주총 열어 이사진 교체 검토"
"한미약품 사외이사 독립 판단 어려운 듯…편파적 이사회"
"북경한미 유통 타격 시 그룹 차원서 손해…큰 그림 그려야"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한미약품(128940)그룹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가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통해 독자 경영 체제를 구축한다고 선언한 현 한미약품 경영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임종윤 "한미약품 임시 주총 개최…이사진 교체 방안 검토"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는 2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가 마무리된 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약품 사외이사들이 독립적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진을 새로 구성하고 경영진에 변화를 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기가 남은 이사를 해임하는 등 변경하기 위해서는 주총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가 찬성하는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가 한미약품 지분 41.42%를 갖고 있다. 이외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는 국민연금(9.27%)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7.72%) 등으로 임종윤 이사는 특별결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 9명 중에서 임종윤·종훈 형제 측 이사는 최소 5명이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신동국 회장 등 대주주 3인 연합(3인 연합) 측보다 수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형제 측이 한미약품과 관련해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행사를 결정할 수 있다.
앞서 3인 연합은 지난달 29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내에서 수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이사회 확대 재편을 요구하는 임시 주총 개최를 요구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임시 주총을 개최하지 않을 시 3인 연합은 법원에 임시 주총 개최를 허가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절차를 밟기 위해 1~2개월가량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임종윤 이사는 "한미사이언스도 임시 주총이 열리고, 한미약품도 임시 주총이 개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종윤 한미약품 단독 대표이사 선임 부결…"편파적 회의"
앞서 한미약품 이사회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선대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사내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과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이사회 의장)으로 임종윤 이사 측근으로 꼽히는 임해룡 총경리를 임명하는 건을 논의했으나 부결했다.
이사회는 임종윤 이사 제안으로 개최됐다. 임 이사와 박 대표를 비롯해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 10명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비롯해 일부 이사는 전화 회의 방식으로 비대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한미약품 이사회 구성에 따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대주주 3인 연합 측 이사가 7명, 임종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등 형제 측 이사가 3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안건마다 7대 3의 표결로 3인 연합 측이 우세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한 안건에서 6대 4 표결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임종윤 이사는 "우리가 6대 4로 유리할 줄 알았지만 반대가 나왔다. (외부 세력 개입 등으로) 사외이사의 독립적 판단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면서 "상황을 보니까 더 이상 진행을 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고 강조했다.
임종윤 이사와, 남병호 사외이사 등은 첫 안건 표결 이후 편파적이라는 이유로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윤 이사는 "한미약품 이사회 의장인 박재현 대표가 편파적으로 회의를 진행한 것에 문제가 있다. 회의를 돕는 인원을 참석하게 하지 못하게 하는 등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행동을 했다"면서 "거짓, 허위 사실과 관련한 건도 있다. 이미 짜인 각본이 있다고 보였고 적극 대응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내가 북경한미약품 동사(이사)를 맡고 있다. 동사장을 임명하려면 회의 등을 진행하고 선임이 이뤄져야 하는 데 박재현 대표가 셀프 임명장을 보내면서 본인이 동사장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는 거짓말이다. 제3기관에 감사나 조사 등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종윤 이사의 한미약품 단독 대표이사 선임이 부결되면서 대표이사는 이전처럼 박재현 대표가 계속 맡게 됐다.
임종윤 이사는 "현 한미약품 이사진은 기존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등의 의지로 선임된 인사들이다. 이들은 이제 새로 구성된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을 따르는 것이 맞다"면서 "주주들이 새로운 지주사 이사를 선임했고, 그 지주사 이사진이 계열사를 관리하는 것이다. 이에 반발하는 것은 회사를 흔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경한미 타격 시 그룹 전체 손해"…"의약품 유통 거래 끊어야 하나"
한미약품은 자회사인 북경한미약품과 임종윤 이사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코리그룹이 내부거래 등 의혹이 있다면서 내부감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코리그룹의 계열사 룬메이캉이 북경한미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의 중국 내 유통을 담당하는 것과 관련해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의혹이다.
임종윤 이사는 "여러 얘기가 있어서 일단 북경 사업에 대해서 아예 거래를 중지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면서 "중국은 2008년쯤에 의료 개혁을 시작했다. 제약사가 약품 판매를 직접 하는 것에 제한을 많이 뒀다. 부패 등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입찰과 직접 수금 등 중국에서 의약품 유통 특성상 자격이 있는 회사만 의약품 유통이 가능했다. 운 좋게 자격을 따냈고, 당시 한미사이언스를 통해 투자해서 회사를 만들자고 세 번이나 물어봤지만 답이 없었다"면서 "그래서 창업했다. 현재 코리그룹은 북경한미약품보다 큰 회사다. 누가 누구를 밀어주는지 모르겠는데 여차하면 이런 거래를 끊을 수도 있다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임종윤 이사는 "북경한미약품에 손해가 가는 방향인데 이것이 옳다고 보진 않는다"면서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중국 사업은 잘못된 판단 하나로 사업 전체가 어그러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대주주 등을 흔들어서 지분, 경영권 등을 확보해 매각하는 세력이 있다. 기업 사냥꾼이라고 한다"면서 "내가 흔들리지 않으니 (이들이) 자꾸 나를 흔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ji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