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 R&D 1조 지원…투자길 막힌 바이오업계 단비 되나

ARPA-H 프로젝트 701억, mRNA 290억 등 전년대비 17.8% 증액
"영세 바이오텍 지원 의미…개발 후 시장진출 지원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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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정부가 내년 바이오헬스 연구개발(R&D) 분야에 올해보다 18% 가까이 증액한 1조 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투자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바이오 업계에 단비가 될지 주목된다.

28일 정부는 내년 바이오헬스 R&D 예산을 9927억 원으로 올해 8428억 원보다 1499억 원(17.8%) 증액해 편성했다.

넥스트 팬데믹, 초고령화, 필수의료 위기 등 국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예산은 올해 495억원에서 내년 701억 원으로 206억 원(41.6%) 증액했다.

세계적인 바이오 분야 클러스터(집적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 예산도 올해 604억 원에서 내년 1055억 원으로 451억 원(74.7%) 확대했다.

다부처 협업 프로젝트 예산은 올해 189억 원에서 내년 611억 원으로 422억 원(223%) 늘렸다. 다부처 협업 프로젝트에는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 전주기 기술 개발(46억 원)과 보건의료데이터상호운용성지원기술개발(57억원), 의료인공지능기술 시범모델 개발(68억 원) 등이 포함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특히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이후 넥스트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 예산 290억 원을 신규로 편성하면서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해외에서 백신을 전량 수입하면서 막대한 비용이 지출돼 국산 백신 개발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mRNA 백신 개발의 경우 모더나,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일찌감치 개발에 나서며 한발 앞선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녹십자(006280), 한미약품(128940), 에스티팜(237690), 아이진(185490) 등이 mRNA 백신 개발에 나섰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 대상포진 백신, 범용 코로나 백신, RSV 백신을 5대 블록버스터로 육성할 것을 목표로 하고 mRNA 방식의 RSV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녹십자는 전남 화순에 위치한 자사의 백신 공장에 mRNA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계열사 에스티팜은 2020년 11월 mRNA 사업에 진출해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19 mRNA 백신 'STP2104'가 환자 투약 절차를 마무리하는 등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에스티팜은 최근 차백신연구소와 mRNA 의약품의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이를 상업화하기 위한 공동개발 협약을 맺기도 했다.

아이진은 자체 면역보조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대상포진, 결핵 등의 예방 백신과 mRNA 기반의 코로나19 예방백신(EG-COVID)을 개발 중이다.

정부의 백신 개발 지원에 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바이오텍 관계자는 "백신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글로벌 빅파마와 계약을 맺지 않는 이상 사실 영세한 바이오텍들이 자체 개발비용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며 "정부가 백신 개발 지원에 나선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현재 R&D에 집중된 정부 지원이 개발 후 시장 진입 등으로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백신 개발 업체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들이 연구비를 투입해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변이가 빠르게 생성되고 있는 상황에 향후 개발된 백신이 시장 진입에 실패하거나 구매처가 사라지지는 않을지 불안감에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며 "바이오기업들이 안심하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지원뿐 아니라 백신 개발 후 시장 진출 등에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