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거리로 나온 의대생·부모 "1년이든 2년이든 끝까지 싸울것"
의대생부모연합·경기의사회 '의학교육 정상화 호소' 궐기대회
사직 전공의·의대 교수 등 참여…"전공의 없이 전문의 나오나"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의대 학생들은 개인 사유로 휴학계를 내고 반년이 지났음에도 학교에서는 교육부 명령을 핑계로 이를 수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28일까지 돌아오면 진급시켜 주겠다고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각 의과 교수에게 어떻게든 남은 시간 내에 학생들이 진급할 수 있도록 야간수업 등을 하고 실습 시간을 줄이라고 겁박하고 있습니다."
15일 전국의대생학부모연합과 경기도의사회가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개최한 '의학교육 정상화 호소' 궐기대회에 참가한 한 휴학 의대생은 "의료계를 원위치하는 것을 넘어 정상화하지 못하면 우리와 함께 대한민국 의료는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이 나라의 건강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부산 동아대 의대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 학생은 "우리 학교 의대는 정원이 49명이다. 강의실도 그렇게 돼 있다"면서 "내년부터 100% 증원해 100명이 수업을 듣게 된다. 사이사이에 끼거나 서서 수업받든지 알아서 하라고 한다.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선진화 교육인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리한 증원을 통해 교육환경의 질을 저하하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공부할 의지가 있겠는가"라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던 대한민국 의료를 정부가 망쳐버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학생들은 이 나라에서 공부할 의지를 상실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국의대생학부모연합과 경기도의사회는 3000~5000명(주최측 추산) 규모의 궐기대회를 열고, 의학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면서 등록금 납부 거부 퍼포먼스와 가두행진 등을 진행했다. 행사에는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김영준 경기도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채희복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손현준 충북대 의대 교수, 휴학 의대생, 사직 전공의, 의대생 학부모 등이 참여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이 없었다면 본과 1학년에서 공부하고 있었을 한 학생의 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학부모는 의대 교육 정상화와 관련한 구호를 선창했다. 그는 "자녀를 귀한 손님처럼 여기고, 잘 존중하고 키워서 사회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떠나보내야 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지금 상태로 3년, 5년, 10년 후를 생각하면 못 떠나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공중보건의로 근무 중인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방학이면 아들과 함께 시골에 내려가서 의료봉사를 했던 선후배 동기들 모두가 우리 자식"이라면서 "아들은 3년 공보의가 끝나면 필수과 전공의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필수의료를 더 악화시키는 필수의료 패키지 등을 정부가 추진 중이라 궐기대회에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궐기대회에는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기 위해 여러 번 사직한 사직 전공의도 참여했다. 경희대병원에서 근무하던 사직 전공의는 "공부를 좋아하는 샌님이지만 상처를 받아서 나오게 됐다"면서 "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아서 드러나지 않지만,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필수과에서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자 의사로 근무를 0.7%밖에 못 한다는 박민수 차관의 말을 들어야 했다. 나는 여자 의사로 그 능력을 의심받은 적이 없다"면서 "전공의들의 사직은 같아 보이지만 선택의 이유는 모두 다를 것이며, 나는 전공의 수련에 집중할 상황이 아니라고 보여 이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사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직서 제출로 그간 상상도 못 했던 각종 명령과 법정 최고형을 하겠다는 협박. 돈벌레로 비하하는 언론의 모습 등을 보면서 당황스러웠다"면서 "정부 관계자 등은 전공의를 포함해 의사들의 명예를 훼손한 망언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고 법적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강조했다.
궐기대회에서는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왔다.
채희복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실습 학생들은 자신들이 강의실에서 이론으로 공부한 질환들을 실습을 통해 직접 교수의 진단과 치료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야 이해를 하고 실제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서 "(의대 증원 영향으로) 제대로 된 임상 실습 교육을 못 받고 의사 면허를 받으면 해도도 없이 망망대해를 떠도는 돛단배와 같아진다.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매우 위태로운 의사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 실습은 보통 10명이 한조가 돼 진행한다. 이제 병원 3~4학년 200명씩 400명이 800병상 병원에서 함께 실습을 돌아야 한다"면서 "제대로 된 실습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손현준 충북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교육을 해본 결과 가장 좋은 해부 실습 교육은 카데바 1구당 학생 6명이다. 5명은 진행에 부담이 생기고 7명은 1명이 놀게 된다"면서 "20명 30명이 되면 어떤 결과가 생기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카데바를 통해 교육하고 난 후 화장하고 유골함을 만들어서 시신 기증을 신청한 사람의 가족과 함께 추모제를 진행하면서 감사한 마음을 항상 표현하고 있다"면서 "카데바를 전국 단위로 공유하면 이런 추모제를 할 수 없다. 시신 기증을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도 의사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10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가 진행하는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영준 경기도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학년제를 학기제로 전환, 국시 추가 실시, 교육과정 개편 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현성이 없는 거꾸로 된 정책이다. 학생들이 왜 수업을 거부하는지, 어떻게 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지 보건복지부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면서 "의대 교육을 근본적으로 망가뜨리는 역사적 죄인이 될 것이다. 내일 있는 청문회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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