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6년 만에 '분식회계 족쇄' 벗었다

법원 "증선위, 처분 재량권 남용"…일부 회계처리 문제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홍보관.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황진중 서한샘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4조5000억 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2차 제재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1차 제재 취소 승소 판결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1심 무죄에 이어 2차 제재까지 승소하면서 '분식회계'를 둘러싼 사법리스크 부담을 덜게 됐다는 평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김태한 전 대표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각각 과징금 80억 원과 1600만 원 부과처분(2차 제재) 등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증선위가 내린 처분 사유 중 일부는 인정되지만 인정되지 않은 처분 사유도 있는 만큼 전부 취소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1차에 이어 6년 만에 증선위 2차 처분도 부당 판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은 2017년 최순실씨 국정농단 관련 특검 수사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특별감리를 실시한 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바이오젠과 합작계약 약정사항 재무제표 주석 미기재(회계처리 위반)와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최종 징계를 결정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에 회부했다.

당시 사건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 뿐 아니라 4조 원대의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면서 바이오업계 뿐 아니라 증권가를 떠들썩하게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반박했지만 증선위는 2018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검찰 고발과 함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 10월과 11월 법원에 증선위의 1, 2차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청구했다. 2020년 9월 서울행정법원에서 1차 행정처분 취소 처분이 내려진 뒤 4년이 지나 법원은 증선위의 2차 처분도 재량권을 남용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증선위 처분 재량권 남용"…일부 처분 사유 인정

2011년 설립 이후 연속 적자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상장 직전 1조9000억원의 흑자를 내는 과정에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를 장부가액이 아닌 시장가액으로 회계처리하면서 실적을 부풀린 사실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당시 상장이 까다로운 코스피 상장을 위해 실적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로 이어진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2~2014년 종속회사로 회계처리했으나 2015년부터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지분가치를 장부가액 2900억원에서 시장가액 4조8000억원으로 회계처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투자주식 4조5436억원을 공정가치로 인식하고 바이오젠 콜옵션 부채 1조8204억원을 제외한 평가손익 2조7232억원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2014년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지배하고 있어 투자주식을 지분법으로 회계처리해야 함에도 종속기업으로 처리해 재무제표를 작성함으로서 2012~2014년 총 4878억원의 회계처리 오류를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원은 2012~2014년 재무제표 작성·공시에 있어서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지배하는데도 이를 종속기업으로 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했다'는 증선위 판단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에 해당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배력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2014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 지배했다고 보고 종속기업으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은 회계처리 재량권 범위 내에 있다"고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삼성에피스 지배력 변경이 있었던 것처럼 회계 처리를 해 투자 주식을 공정가치로 부당 평가하고 관련 자산과 자기자본을 과대 계상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는 지배력 상실의 근거가 되는 사실이 발생한 날을 기준으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자본잠식 등 문제 회피)을 가지고 특정일 이후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할 것을 정해놨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삼성바이오는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근거자료를 임의로 만들어내기까지 했다"며 "특정 결론을 정해놓고 사후 합리화를 위해 회계처리를 하는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일부 사업 보고서 등 정기보고서가 거짓으로 기재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부 처분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제재·과징금 처분은 모두 취소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첫 번째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한 처분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며 "각 처분은 사실상 일체의 처분으로 이뤄졌고 위법한 회계 처리에 대한 제재 등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서로 불가분적 관계여서 제재를 전부 취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2018년 분식회계로 제재를 받은지 꼬박 6년이 지나 1심에서 승소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말을 아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증선위 제재에 대해 1심 승소한 것이지만 아직 최종 결론이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항소심 여부 등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