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헴리브라', 희귀질환 혈우병 환자의 희망이 되다[약전약후]
지난해 글로벌 매출 6.5조…효능 기반 블록버스터 의약품
최대 4주 1회 투여 가능…환자 삶의 질 획기적 개선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최대 4주마다 1번씩 투여하는 혈우병 치료제가 국내 혈우병 환자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이 도입한 '헴리브라'(성분명 에미시주맙)다. 지난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후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등극한 약물이다. 국내에서는 2년 뒤인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혈우병은 선천적으로 혈액 응고 인자가 결핍돼 나타나는 선천성 출혈성 질환이다. 혈액 응고 인자는 현재까지 12가지로 알려졌다. 상처가 날 경우에 혈전을 잘 형성하지 못해 출혈이 더 오래가는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유아기나 아동기에 멍이 많이 들거나 코피가 멈추지 않아 병원을 찾아 진단받게 된다.
혈액 응고 인자 중에서 제8인자가 부족하면 A형 혈우병, 제9인자가 부족하면 B형 혈우병, 제11인자가 부족하면 C형 혈우병으로 구분된다. 전체 환자의 80%가량은 A형 혈우병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헴리브라는 글로벌 제약사 로슈 그룹 산하 일본 쥬가이제약이 개발한 A형 혈우병 치료제다. 8번 혈액 응고 인자의 작용기전을 모방해 활성화된 9번과 10번 혈액 응고 인자와 동시에 결합하는 유전자 재조합 기반 이중특이항체 신약이다. 로슈에 따르면 지난해 헴리브라 글로벌 매출은 41억 4700만스위스프랑(약 6조 5000억 원)이다.
헴리브라가 등장하기 전까지 혈우병 환자는 2~3일에 1회 정맥주사(IV)로 기존 치료제를 투여받아야 했다. 정맥주사는 병상에서 1~3시간가량 걸린다. 헴리브라는 1주당 1회씩 피하에 투여하는 피하주사(SC) 제형이다. 허가 이후 최대 4주 간격으로 투약할 수 있도록 연구됐다.
프랑스 코친병원 갈레 오카 교수 연구팀은 헴리브라가 환자 삶의 질을 얼마나 개선하는지 연구했다. 연구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1년간 헴리브라를 투약받은 A형 혈우병 성인 환자 3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은 헴리브라 투여 후 환자의 건강과 출혈 빈도 감소 여부, 치료제 만족도 등을 조사했다. 환자가 판단한 전반적인 건강 지표는 6점 만점에 기존 치료제 투약 시 3.64점에서 헴리브라 투약 후 4.48점으로 높아졌다.
자연 출혈 빈도와 관련해 '전혀 없음' 0점, '매우 자주' 6점을 기준으로 기존 치료 시 3.05점에서 0.41점으로 개선됐다. 외상 후 출혈 빈도는 기존 치료제 3.33점에서 헴리브라 투약 후 0.86점으로 낮아졌다. 환자가 느끼는 만성 통증 강도는 헴리브라 투약 전 3.32점에서 투여 후 2.76점으로 감소했다.
연구에 따르면 헴리브라로 치료를 받은 환자 중 이전에 할 수 없었던 활동을 재개한 환자는 15명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활동을 시작한 환자는 8명으로 조사됐다.
국내 A형 혈우병 환자는 17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중증 A형 혈우병 환자는 70%가량이다. 헴리브라는 국내에서 2020년 5월 중증 A형 혈우병 항체 환자에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지난해 5월 만 1세 이상의 제8인자 항체를 보유하지 않은 A형 혈우병 환자에도 보험급여가 시작되면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는 물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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