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오너가 갈등 재점화 왜?…전략기획실 해체 놓고 충돌

"송영숙 해임, '뉴 한미'로 가는 신속 의사결정 위해 단행"
상속세 재원 마련 위한 자금 조달 고려 중…조직개편 등 속도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왼쪽)와 임종훈 사내이사가 악수를 하고 있다. 2024. 3. 28/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임종윤·종훈 형제가 피의 숙청을 시작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가 인사와 관련해 사사건건 충돌했던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을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공동 대표에서 해임했다. 앞으로는 임종윤 단독 대표 '뉴 한미'로 가기 위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전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송영숙 회장을 한미사이언스 공동 대표에서 해임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전 한미약품 사장)는 원격으로 이사회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는 임종훈 공동 대표가 단독 대표로 한미사이언스를 이끈다.

이번 해임은 인사와 관련해 발생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 관계자는 "(해임은) 인사 문제로 갈등을 빚어서 그런 것"이라면서 "이번 단독 대표는 뉴한미로 가기 위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임종윤 전 사장이 추진 중인 한미약품 조직개편도 송 회장 해임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임종윤 전 사장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한미약품을 정상화할 방침을 발표했다.

임종윤 전 사장과 임종훈 대표는 최근 한미그룹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인사·법무·정보 직무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로 각각 배정했다.

임 전 사장은 핵심 사업 회사인 한미약품을 5개의 주요 사업 부문과 연구 부문으로 구분해 '5+1' 체제로 운용할 방침이다. 대표 취임과 함께 △국내 사업 △해외사업 △제조 △마케팅 △개발 △연구 등으로 사업 부문을 재구성할 예정이다.

임종윤 전 사장은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반적으로 공격적 영업 위주의 조직 개편안을 구상했다"면서 "사업부 체제를 통해 매출과 이익을 신장해 당초 10%대 한미약품 이익률 구조를 3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자금 조달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송 회장과 장·차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은 선대 회장이 2020년 타계하면서 34.2%(2300여만 주)의 주식을 각각 분할 증여받아 약 5400억 원대의 상속세를 부여받았다.

가장 많은 주식을 상속받은 송 회장이 2200억 원, 삼남매가 나란히 1000억 원 안팎의 상속세를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세는 연부연납이 가능하다. 송 회장 일가는 5년간 6차례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는 상황이다. 현재 납부된 송 회장 일가의 상속세는 절반가량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2년 동안 20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종윤·종훈 형제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중심으로 사모펀드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며,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지분 양수 대금 규모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훈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임시 이사회를 마친 후 "회사 경영 발전에 속도를 낼 것"이라면서 "(자금 조달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자금 조달 과정과 결과를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경영권까지 보장해 주는 투자자가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상속세 납부를 연체해서 막대한 연체금이 쌓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