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상장=성장 관문'…바이오기업 10곳 중 7곳 상장 후 매출 ↑
[바이오기술특례]③ 2014~2022년 상장 바이오 88개사 실적 분석
매출 평균 66억 증가…4개사 중 3개사 영업손실 확대
- 이훈철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 새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 10곳 중 7곳은 상장 첫해보다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과 사업다각화에 성공하면서 매출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신약 개발 등 장기투자를 필요로 하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투입되며 상장 기업 4곳 중 3곳은 영업손실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뉴스1이 2014~2023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실적을 전수조사한 결과 88개 사의 지난해 평균 매출액은 147억 원으로 상장 첫해(상장 전) 81억 원보다 평균 66억 원(81.3%) 증가했다.
88개 사 중 60개 사는 매출이 상장 첫해(상장 전)보다 증가했으며 28개사는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바이오 기업들은 기술특례상장 기업답게 기술력에 기반한 기술 수출과 사업다각화로 성장세를 나타냈다.
2020년 상장된 글로벌 신약 개발 전문기업 지놈앤컴퍼니는 상장 이듬해인 2021년 연결 기준 4억5000만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143억 원으로 매출이 139억 원(3078%) 증가했다. 지놈앤컴퍼니는 2021년 미국 마이크로바이움 위탁생산개발(CDMO) 업체인 리스트랩(List Biological Laboratories, Inc)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2022년부터 CDMO 사업 매출이 발생했다. CDMO사업을 통해 캐시카우를 확보한 지놈앰컴퍼니는 신규 타깃 면역항암제 GENA-104 1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는 등 신약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14년 상장된 바이오 의약품 플랫폼 기업 알테오젠도 상장 첫해 매출이 47억 원에 불과했으나 글로벌 제약사인 미국 머크(MSD)에 의약품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 'ALT-B4'를 독점 공급하는 등 10년이 지난 지난해 매출액이 956억 원으로 909억 원(1934%)이나 껑충 뛰었다.
이밖에 강스템바이오텍 1406%, 피씨엘 1547%, 에이비엘바이오 1537%, 올릭스 1454%, 지노믹트리 1114%, 아이진 1061% 등이 상장 첫해 대비 지난해 1000% 이상의 기록적인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상장 첫해(상장 전) 대비 지난해 매출 증가액 기준으로 보면 △HLB 제약 1157억 원 △알테오젠 909억 원 △에이비엘바이오 615억 원 △유바이오로직스 578억 원 △엔지켐생명과학 450억 원 △DXVX 416억 원 △고바이오랩 302억 원 △지엘팜텍 236억 원 △이노시스 233억 원 △지놈앤컴퍼니 139억 원 등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루닛과 뷰노 등 인공지능(AI) 의료 선두 기업들의 매출 증대도 기술특례상장의 우수 사례로 꼽힌다. 2020년 상장된 루닛은 지난해 매출액이 251억 원으로 전년 139억 원보다 112억 원(80.6%) 증가했다. 2021년 상장된 뷰노는 AI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카스'를 기반으로 지난해 매출액이 133억 원을 기록해 2022년 22억 원보다 111억 원(504.5%) 증가했다.
기술특례상장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 매출 면에서 성장세를 이룬 반면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손실이 확대됐다. 전체 88개 사의 상장 첫해 영업손실은 평균 81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166억 원을 기록했다.
88개 기술특례상장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 가운데 상장 첫해 대비 지난해 영업이익이 개선된 기업은 22개 사에 불과했다. 나머지 66개 사는 연구개발(R&D)과 투자 비용 확대 등으로 영업손실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손실에서 영업이익으로 전환된 기업은 유바이오로직스와 마이크로디지탈 단 2곳으로 조사됐다. 2017년 상장된 경구용 콜레라 백신 개발 기업인 유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첫해 4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2022년 유니세프와 1240억 원의 콜레라 백신 계약을 체결하는 등 지난해 7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춘천 2공장 가동을 통해 4년 만의 흑자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영업손실이 크게 줄어들며 사실상 실적이 개선된 기업들도 눈에 띄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상장 첫해 404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26억 원으로 영업손실이 378억 원(-93.6%) 줄었다. 신라젠도 상장 첫해 506억 원이던 영업손실이 지난해 213억 원으로 293억 원(-57.9%) 감소하며 경영이 개선됐다.
지난해 3월 상장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상장 전 680억 원이던 영업손실을 상장 첫해 533억 원으로 147억 원(-21.6%) 줄여 뚜렷한 실적 향상을 나타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상장 첫해 5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51.4%의 매출 증가율도 기록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알레르기 질환 신약후보물질 'GI-301'에 대한 기술이전으로 유한양행과 1조 4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주목받은 데 이어 일본 피부약 전문회사 마루호와 GI-301의 일본 내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해 2982억 1740만 원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기업들이 초반 기대 매출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일각에서 기술특례상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들은 결국 살아남게 된다. 실제 우수 사례도 있다"며 "단순히 매출만 볼 것이 아니라 기업이 가진 기술력을 보고 기업에 상장 기회를 넓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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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술특례상장은 수익성은 크지 않으나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의 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2005년 도입된 제도다. 뉴스1은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지난 10년 간의 기술특례상장 사례 분석을 통해 바이오 산업의 발전에 기술특례상장제도가 끼친 영향과 제도의 보완점을 모색하고자 총 4편의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