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서울대·분당서울대병원, 약값 못 냈다…유통사·제약사로 불똥
4월 냈어야 할 약값 대금 다음 결제일로 미뤄…6월 결제대란설
의약품유통협, 제약바이오협·제약사에 고통분담 차원 협조 요청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의대증원 논란으로 촉발된 의료공백의 여파가 병원 경영난으로 번지면서 빅5급 대형병원이 제약 유통사에 약값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2일 의약품 유통 업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4월 30일까지 지급해야 하는 약값을 결제하지 못했다. 두 병원은 유통사에 다음 대금 지급일에 결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 결제일은 7월 말이다.
의료공백이 길어질 시 의약금 대금 지급 중단 사태가 확산할 가능성이 나온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을 제외한 다른 대형병원은 6개월 단위로 의약품값을 결제한다. 이들이 오는 6월 말 결제일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유통사와 제약사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의약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금 규모는 각 병원과 유통업체가 맺는 계약 내용이 다 다르므로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상급종합병원은 의약품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이고, 대량 구매가 이뤄지는 곳이므로 금액 단위는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병원이 의약품 유통 기업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그 여파는 제약사까지 미칠 전망이다. 병원과 유통사는 서울대병원 등을 제외하고 대개 6개월 단위로 대금 결제 기일을 둔다. 유통사와 제약사는 계약마다 다르지만 1~3개월마다 대금 결제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의약품유통협회는 제약바이오협회, 개별 제약사들에 고통 분담 차원에서 대금 기일을 늦추는 등의 협조 공문을 전달했다. 아직 제약사들로부터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의약품 도매 기업은 4674곳이다. 지난 2015년 2728곳에서 이듬해 3783곳으로 급증한 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2020년 4000곳을 돌파하면서 꾸준히 늘고 있다.
의약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급 지연 사태는 대형 유통사보다 영세한 유통사에 영향이 클 것"이라면서 "제약사에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 대출 등이 필요하지만 고금리 상황으로 이마저 여의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형병원은 비상운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가 지난 2월 15일부터 3월 31일까지 전국 500병상 이상 전공의 수련병원 50개소의 의료 수입을 조사했더니 전년 대비 4238억 3487만 원(감소율 1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병원당 평균 84억 원이 감소한 수준이다. 10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의 의료수입액 감소 규모는 평균 224억 7500만 원에 이른다. 큰 병원일수록 경영난이 더 컸던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실 의료행위 보상 강화 등 비상진료 지원을 위해 월 1882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두 달 연속 투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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