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 마나' 바이오 규제샌드박스…"복지부 주도 규제 개선 필요"

바이오 규제샌드박스 승인, 5년간 167건…전체의 18% 그쳐
바이오 기업들 규제샌드박스 활용 기대감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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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원격의료나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와 같은 바이오헬스 분야 신기술에 대한 규제샌드박스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규제기관인 보건복지부가 직접 참여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제도 운영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규제샌드박스는 사업자가 신제품이나 신규 서비스를 규제로 인해 출시하기 어려운 경우 일정한 조건 하에서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도록 규제 적용을 유예하는 제도다. 산업통자원부, 보건복지부와 중소기업벤처부 등 6개 부처에서 8개 분야로 나눠 운영한다.

30일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이달 발간한 바이오인규제 보고서 '바이오 분야 규제샌드박스 제도 개선'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바이오헬스 관련 승인건수는 모두 167건이다. 전체 승인 건수의 18.2%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바이오헬스 분야와 관련성이 있는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 승인 건수는 217건으로 바이오헬스와 무관한 모바일 신용정보 연계, 공유 미용실, 공유 주방, 반려동물 출입 음식점 등이 49건을 차지했다.

바이오헬스 분야에 관련된 실증특례 사례의 경우 원격의료, 의료데이터, 진단치료기술, DTC 유전자검사, 건강관리, 의료기기 등에 해당했다. 그러나 실증특례 이후 실제 규제 개선까지 진행된 사례는 휠체어 전동보조장치 2건에 불과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곽노성 연세대학교 글로벌인재대학 객원교수는 "바이오분야 규제샌드박스에 대한 산업계 전반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이라며 "자유롭게 해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실증특례로 인정받는 것은 물론 이후에도 제한이 많다"고 밝혔다.

DTC 유전자 검사의 경우 메디젠휴먼케어의 DTC 유전자검사 기반 운동능력 예측 서비스, 테라젠바이오의 DTC 유전자검사 기반 비만·영양관리 서비스, 마크로젠의 DTC 유전체분석을 통한 앱 기반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 등이 실증특례를 받았다.

곽 교수는 "DTC 유전자 검사의 경우 사업범위가 지속 축소되고, 당초 실증특례 시 질병 범위가 기대한 범위보다 축소됐다는 점을 볼 때 규제샌드박스 성과로 보기 어렵다"며 "운영 부처와 실제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간 협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했다.

실제 DTC 유전자 검사서비스의 경우 산업부가 실증특례까지 적극 지원했으나, 이후 사업화 단계에서는 복지부가 관리하면서 DTC 유전자 검사 항목이 기존 방안보다 감소해 규제 개선 실효성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특히 DTC 유전자 검사서비스와 같이 기업이 유전자나 의료 정보를 활용하는 행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현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주관으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규제를 담당하는 복지부와는 입장이 상충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웰니스 항목으로 한정한 DTC 유전자 검사 허용 범위를 2025년 질병 유사 항목까지 확대하는 것을 데이터 경제 활성화 추진 과제로 삼고 있으나 항목이 불명확하고, 복지부는 기업의 관련 정보 취급 행위에 여전히 제한을 두고 있다.

곽 교수는 "바이오헬스 분야 규제샌드박스가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규제 부처인 복지부가 직접 규제샌드박스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의 유전자 및 의료 정보 활용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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