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2·3세 전면 내세우고 전문경영진 강화…제약사 주총 톺아보기

한미·셀트리온·삼진·광동·녹십자·일동 2·3세 경영 구축
종근당 김영주·유한 조욱제 연임…성과 내는 전문경영인 입지 강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임종훈 사내이사./뉴스1 ⓒ News1 이훈철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2024년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오너일가 2·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거나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화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한미약품그룹은 장차남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으며 셀트리온도 장남 체제의 승계 작업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반면 종근당과 유한양행은 뚜렷한 성과를 낸 전문경영인이 재신임을 받으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견고히 했다.

◇오너 2·3세 경영 전면에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제약사 주총의 최대 이슈였던 한미약품그룹의 주총에서는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008930) 부회장 모녀와 장차남 임종윤·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 끝에 임종윤·임종훈 전 한미약품(128940)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주총에 앞서 두 아들을 각각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한미약품 사장에서 해임하고 장녀 임주현 부회장을 후계자로 낙점했다. 하지만 임종윤 형제 측 이사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면서 향후 두 형제의 경영 복귀가 예상된다. 2020년 고(故) 임성기 선대 회장 타계 당시 정리되지 않았던 후계 구도가 이번 주총을 통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앞으로 한미 경영 구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셀트리온(068270)은 서정진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통합셀트리온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면서 장남 체제의 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동생 서준석 셀트리온 미국법인장과 함께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서 대표는 지난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이후 통합셀트리온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당시 셀트리온은 기우성 단독 대표 체제에서 기우성·김형기·서진석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차남 서준석 씨는 셀트리온 미국법인장 겸 북미본부장을 맡고 있다.

일동제약(249420)도 22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오너 3세인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면서 오너 3세 체제를 강화했다. 윤 부회장은 윤영원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2013년 대표이사로 선임, 2021년부터 부회장으로서 현재까지 일동제약을 이끌고 있다.

삼진제약(005500)은 22일 주총에서 조규형 부사장과 최지선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오너 2세 4인방 체제를 구축했다. 삼진제약은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이 1968년 공동 창업해 오랜 기간 공동경영 체제를 지속했다. 조규형 부사장은 조의환 회장의 차남이며 최지선 부사장은 최승주 회장의 차녀로, 두 사람 모두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장남인 조규석 사장과 장녀 최지현 사장이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번 주총을 통해 삼진제약 공동 창업주 자녀 4명이 모두 이사회에 합류한 셈이다.

GC녹십자(006280)는 허일섭 GC녹십자홀딩스 회장의 조카이자 고(故) 허영섭 선대 회장의 차남인 허은철 대표이사가 연임에 성공했다.

광동제약(009290)은 창업주 고(故) 최수부 명예회장의 아들인 최성원 대표이사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오너 2세 체체를 강화했다. 최 회장은 1992년 광동제약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2000년 영업본부장, 2004년 부사장, 2013년 대표이사 사장, 2015년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3회 뉴스1 바이오리더스클럽 조찬'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모스타트' 개발 전략과 관련해 발표를 하고 있다. 2021.3.1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성과 내는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반면 성과를 바탕으로 한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화하는 제약사도 있다.

종근당(185750)은 28일 김영주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며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화했다. 2015년 영입된 김영주 대표는 네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전문 경영인 체제하의 종근당은 지난해 연결 기준 1조6694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2위로 올라섰다. 2014년 매출액 5441억원으로 업계 6위였던 종근당이 김영주 대표 체제 후 10년 새 빅2로 올라선 것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영업이익도 2466억원으로 역대 제약사 1위를 기록했다.

유한양행(000100)은 2021년부터 회사를 이끄는 조욱제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했다. 유한양행은 15일 열린 주총에서 28년 만에 회장‧부회장 직제도 부활시켰다. 유한양행은 창업주 유일한 박사와 그의 최측근인 연만희 전 고문만이 회장직에 올랐을 뿐 이후 지난 30년간 회장 없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JW홀딩스(096760)와 JW생명과학(234080)도 대표이사 변경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했다. JW홀딩스는 27일 열린 정기주주총회 이후 이사회를 열고 9년여간 JW생명과학을 이끌었던 차성남 대표를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같은 날 JW생명과학도 이사회를 열어 계열사인 함은경 JW메디칼 대표를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제약사는 오너일가가 회사를 이끄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 일부 제약사는 주요 사업과 성과를 이끌어왔던 전문경영인 체제로 안정적인 성장을 보인다"이라고 밝혔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