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이런 모습 처음”…셀트리온 주총서 무슨 일이?

서 회장, 화상으로 주총 참석…주주와 신경전
주주들 “1년에 한 번 보는 자리인데…섭섭하다”

셀트리온 주주가 주주총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2024. 3. 26/뉴스1 ⓒ News1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26일 열린 셀트리온(068270) 주주총회에서 서정진 셀트리온회장과 주주들 사이에 언성이 오가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결말은 "서로 더 열심히 하자"며 일단락 됐지만, 주주들은 “회장님 이런 모습 처음”이라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셀트리온은 이날 오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제33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가 의장으로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궂은 날씨 탓인지 주총에 참석한 주주 수는 예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보였다.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160여명이 참석했다.

셀트리온은 이날 주총에서 △제33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 선임의 건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승인의 건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의 건 등 8개의 안건을 상정했다.

제33기 감사보고 및 영업보고 등이 진행되고 있을 때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가 “셀트리온이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있는데 비정상적인 거래로 보인다”면서 설명을 요구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이 주주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셀트리온 제공)/뉴스1 ⓒ News1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화상을 통해 직접 답변에 나섰다. 당초 서정진 회장은 주주총회가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해당 질문에 답변을 자처하고 나선 것.

서정진 회장은 “해당 질문과 관련해서는 법률적 이슈가 생길 수 있다. 그래도 답변드릴까요”라고 운을 뗀 뒤 “담보로 제공된 주식은 대차에 사용되지 않는다. 사용됐으면 홀딩스 재무제표에 수익금이 입금돼 있어야 한다. 그 수익금이 없다. 누차 악용되지 않고 있다고 해도 자꾸 오해한다”고 말했다.

세무사라고 밝힌 한 주주는 “A사 회장이 감옥에 가 있는 동안 그 회장 명의의 계좌에서 주식이 매도됐다”면서 “주주들은 셀트리온이 채권자별로 담보 주식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막연하게 대차하지 않고 있다고만 답한다”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가서 확인해보라”면서 “문제없다고 했는데 안 믿으면 직원들과 가서 확인하면 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서 회장은 최근 미국에서 출시한 자가면역질환 신약 ‘짐펜트라’(성분명 인플릭시맙‧피하주사제형) 조기 매출 증대를 위해 미국에서 염증성장질환(IBD) 관련 병원 2500여곳을 돌면서 의사 7500명을 만나고 있다고 근황을 전한 뒤 정상적인 주주총회 진행을 주주들에게 간곡하게 당부했다.

주주들이 성과 지표와 관련해 셀트리온 임원 성과급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자 서정진 회장의 목소리가 또한번 커졌다.

서 회장은 “주총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주주 의견에 답변하겠다고 했는데 말씀하는 것 들어보니 주총을 감정적으로 하자고 하는 건지 의문”이라면서 “회사는 질의응답을 할 필요 없다. 의안 진행하면 되겠냐”고 소리를 높였다.

이어 “잉여가치금 주주에게 환원하라 하는데 다 돌려주면 되느냐. 그럼 회사 미래가 없어지는 것”이라면서 “회사도 최선을 다해서 업무를 하고 있다. 감정적으로 질문하면 안 된다”고 쏘아붙였다.

서 회장이 언성을 높이자 다른 한 주주는 “마이크 잡자마자 인사도 없었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면서 “거슬리는 발언을 주주가 했더라도 더 부드럽고 온유한 마음으로 답변해야 한다. 외국에서 바쁘게 영업하는 거 알고 있지만 그거는 그거다”고 말했다.

이어 “셀트리온 주주총회 분위기가 달라졌다”면서 “섭섭하다는 마음을 (서 회장) 본인 혼자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이사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과 대화하고 있다.(셀트리온 제공)/뉴스1 ⓒ News1

순간 주주들 사이에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서진석 대표는 이날 가장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의결을 위해 주총을 진행했다. 기존 90억원 한도를 200억원으로 늘리는 안건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통합하면서 이사 수가 늘어나 이들에게 지급하는 보수가 기존 90억원을 넘어 112억원 규모가 됐다.

오윤석 셀트리온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주요 대기업은 보수 한도를 줄이는 추세다. 이러한 안건이 통과될 시 주가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주주연대는 경영진이 책임경영을 통해 이사 보수를 120억원 이내에만 집행하겠다는 것을 약속해 줄 수 있는가”라고 질의했다.

서 대표는 “책임경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120억원 집행하도록 하겠다”면서 “매출 3조5000억원을 달성하면 그때 주주의 동의를 받고 추가 진행을 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윤석 대표는 “연말 3조5000억원 매출을 달성하고 주가가 30만원 이상일 때 주주들은 이사 보수한도 200억원에 대해 토를 달지 않겠다”고 답했다. 마이크를 잡지 않은 주주들은 박수로 지지했다.

험악한 분위기로 시작된 셀트리온 주총은 의결을 거쳐 1시간 이상 질의응답을 진행한 후 화합과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경영진과 주주들이 공유하면서 마무리됐다. 서 대표는 “걱정을 조금 내려놓고 회사와 경영진을 믿어주면 그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자신했다.

이날 주총에 상정된 안건은 모두 통과됐다.

서 회장은 “주총할 때 상호 웃으면서 진행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