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와 통합 한미약품, '5000억 상속세 해결·경영권 유지' 실속 다 챙겼다

선대 회장 타계 후 5000억대 상속세, OCI 통합으로 해결
장녀 임주현 사장 중심 후계구도 정리에 장남 임종윤 반발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 모습.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김태환 황진중 기자 =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한 데에는 고(故) 임성기 한미그룹 선대 회장 타계 후 오너일가의 골치거리로 남아 있던 5000억원대에 달하는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사장) 겸 한미약품 사장과 이우현 OCI 회장이 각자 대표 체제로 회사를 운영하기로 하면서 일방적인 흡수합병이 아닌 통합이란 형태를 띠게 됐다. 한미그룹으로서는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속세 문제를 해결한 묘수가 된 셈이다.

◇한미약품 발목잡은 상속세 리스크 해결

이번 한미그룹와 OCI의 통합에는 기본적으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상속세 문제가 바탕에 깔려 있다.

송 회장과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미래전략 담당), 장녀 임주현 사장(글로벌사업본부·R&D센터·경영관리본부 담당),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그룹지원 담당)은 선대회장이 2020년 타계하면서 보유중인 34.2%(2300여만주)의 주식을 각자 분할 증여받아 약 5000억원대의 상속세를 부여받았다.

그중 가장 많은 주식을 상속받은 송 회장은 이번 OCI와 통합 이전에도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등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지난해 라데팡스파트너스와 지분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다. 지분 11.8%를 매각한 3200억원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새마을금고 사태가 터지면서 지분 매각은 무산됐고 상속세 리스크는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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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는 왜 OCI와 손을 잡았나…집안 간 신뢰 관계

이번 두 회사의 통합으로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7703억원에 취득하게 됐다. 송 회장 등은 이중 일부를 현금으로 받아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전망이다.

한 차례 주식매매계약이 무산된 뒤 송 회장이 OCI와 손을 잡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는 송 회장과 이우현 OCI 회장 일가의 신뢰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송 회장과 이우현 회장의 모친이 잘 알고 서로 집안끼리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두 집안의 신뢰 관계는 한미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송 회장은 지난해 라데팡스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때도, 이번 OCI와 통합계약을 맺을 때도 공동 경영을 최우선 조건으로 내걸었다. 남편인 임성기 선대 회장이 1966년 약국에서 시작해 오늘날까지 일궈낸 한미약품그룹을 단순히 돈 때문에 매각할 수 없다는 경영철학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주현 사장과 이우현 회장이 각자 대표를 맡아 각사의 사업체를 그대로 운영하게 된 것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통합 후에도) 한미사이언스 이하, 모든 한미 그룹사 사명은 변경되지 않는다"며 "한미사이언스 이하 모든 관계사는 현재와 동일하게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 리더십을 토대로 변함없이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장녀 임주현 중심 후계 구도에 장남 임종윤 반발

이번 통합은 양사 모두에게 윈-윈으로 평가받는다. 신약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한미약품으로서는 재계 30위권의 OCI의 자금력을 등에 업고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화학·제조업 회사인 OCI로서는 미래 성장동력인 제약바이오산업에 관심이 높았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부광약품을 인수하기도 했던 OCI는 제약업계 빅5인 한미약품과 손을 잡으면서 독일의 바이엘을 롤모델로 삼았다.

다만 둘째 임주현 사장 중심의 통합 계약이 이뤄지면서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 옥에 티로 남는다.

한미사이언스 주식 중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11.66%, 10.2%다. 임종윤 사장은 9.91%, 차남 임종훈 사장은 10.56%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 주요 주주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12.15%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 통합 후에는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주식 27%로 최대 주주가 된다. 송 회장은 상속세 납부와 증여 등으로 사실상 지분이 1% 미만, 임주현 사장은 약 2%대로 예상된다. 단, 이들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해 OCI홀딩스 최대주주가 된다. 사실상 임종윤 사장의 권한은 줄어들게 되는 구조다. 임종윤 사장은 이에 통합 계약에 법적 하자가 있고, 논의 과정에서 자신이 배제됐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같은 임종윤 사장의 반발에는 3명의 남매 간 복잡한 후계구도 문제가 얽혀있어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선대 회장 사망 후 명확히 후계자 지명이 없었던터라 3명의 남매가 1대 1대 1의 비율로 지분을 물려받았고, 한미약품도 공동 사장을 맡으면서 표면적으로는 후계 구도가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송 회장이 한미약품그룹 회장으로 경영을 맡으면서 임주현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업계에서도 임주현 사장이 실질적인 한미약품의 대표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했다.

한미약품 미래전략 분야를 담당한 임종윤 사장은 지난 3년간 실제 경영에는 적극 참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임주현 사장은 글로벌사업본부와 R&D센터, 경영관리본부 등 회사의 핵심을 총괄하며 실질적인 대표 역할을 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임종윤 사장은 Dx&Vx를 인수하고 코리그룹 회장으로 재직하며 그쪽에 더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이사회 결정과정에서 임종윤 사장이 배제됐다는 주장에 대해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이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