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5년간 R&D에 8000억 투자…신약개발사 우뚝

기술이전 5건 성공…최대 계약금 4조8000억원 규모
‘렉라자’ 자체 개발‧파트너사 연구 성과…블록버스터 기대

유한양행이 개발한 3세대 폐암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유한양행 제공)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유한양행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8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면서 신약개발사로 도약했다. 같은 기간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은 5건으로 최대 계약금만 4조8000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주요 신약 개발 성과인 3세대 폐암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8년부터 8064억원 R&D에 투자…신약 개발 노하우 축적

유한양행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R&D에 8064억원을 투자했다. 2018년 1105억원, 2019년 1324억원을 R&D 비용으로 사용했다. 2020년에는 2227억원을 R&D에 투자하면서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율이 14.2%를 기록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1676억원, 1732억원을 연구에 사용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율은 10% 내외다.

유한양행 연구개발(R&D) 투자 비용 추이 및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단위 억원, %).(유한양행 제공)

같은 기간 체결한 주요 기술이전 계약은 5건이다. 스파인바이오파마, 얀센(J&J 이노베이티브 메디슨), 길리어드, 베링거인겔하임, 프로세사 등과 계약을 체결했다. 최대 계약 규모는 35억3865만달러(약 4조8000억원)다.

유한양행은 2018년 7월 스파인바이오파마에 퇴행디스크 신약 후보물질 ‘레메디스크’(YH14618‧SB-01)을 기술이전했다. YH14618은 유한양행이 2009년 국내 바이오기업 엔솔바이오로부터 도입한 후보물질이다.

YH14618은 지난해 8월 임상 3상시험 첫 환자 투약이 개시됐다. 유한양행은 스파인바이오파마로부터 마일스톤 기술료 200만달러(약 27억원)를 수령했다. 임상결과는 오는 2024년 도출될 전망이다. 개발 단계에 따른 최대 계약규모는 2억1815만달러(약 2900억원)다.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얀센에 3세대 폐암 신약 후보물질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 얀센에 기술이전했다. 최대 계약금은 12억5500만달러(약 1조7000억원)다.

유한양행 주요 기술이전 성과.(유한양행 제공)

유한양행은 2019년 1월 길리어드에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후보물질을 이전했다. 최대 계약금은 7억8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다. 길리어드는 2가지 약물 타깃에 작용하는 후보물질에 대한 전 세계에서 개발‧사업화하는 권리를 확보했다.

유한양행은 2019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과 NASH 치료제 후보물질 ‘YH25724’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최대 계약규모는 8억3000만달러(약 1조1200억원)다. 미국에서 NASH‧비만이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 1b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건강한 남성 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1상은 올해 3월 완료됐다.

유한양행은 2020년 8월 프로세사에 기능성 위장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YH12852’를 이전했다. 최대 계약금은 4억1050만달러(약 5500억원) 규모다. YH12852는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합성신약 후보물질이다. 5-HT4 수용체에 우수한 선택성을 보이는 작용제다. 유한양행은 국내에서 전임상 독성, 임상 1상을 수행해 심혈관 부작용 없이 우수한 장 운동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미래 성장 기반인 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연간 매출액 대비 10% 내외의 연구개발비를 집중 투자해 R&D 파이프라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면서 “자체 연구역량 강화와 함께 활발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R&D 협력을 확대하고, 파트너십을 제고해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렉라자’부터 신약 개발 성과 가시화…오픈이노베이션 모범사례

유한양행이 대규모로 R&D에 투자를 단행한 후 가시화된 성과로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꼽힌다.

렉라자는 2021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전에 EGFR 티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TKI)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T790M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조건부허가를 받아 국내 31번째 신약으로 등록됐다.

렉라자는 2차 치료제로 정식 허가를 받고 보험급여가 적용됐다. 추가 연구 결과에 따라 올해 6월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적응증은 의약품으로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질환이나 질병을 의미한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보여준 오픈이노베이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적극적으로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혁신을 이뤄내는 것을 뜻한다. 렉라자는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가 발굴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7월 오스코텍‧제노스코로부터 렉라자를 기술도입해 비임상과 국내 임상 1상과 2상을 진행했다. 이어 2018년 11월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우리나라를 제외한 렉라자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이전했다.

렉라자는 기술이전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 얀센이 글로벌 임상시험을 이끌고 있다. 경쟁약의 단독요법과 렉라자와 이중항암항체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비교하는 임상 3상시험(마리포사1) 탑라인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임상 3상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PFS는 종양 성장이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는 기간을 뜻한다. 2차 평가지표인 전체 생존기간(OS) 분석에서는 경쟁 의약품에 비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치료에 유리한 경향을 보였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렉라자는 유한양행‧오스코텍‧제노스코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공동개발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의 첫 성공 사례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신약 개발 역사에 있어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면서 “렉라자의 글로벌 판매에 따른 대규모 이익은 2024년 말부터 유입될 전망으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에 성공한 국내 첫 제약사로 신약 판매를 통해 수천억원의 이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