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 세계 세 번째 탄저백신 개발국 되나…"10월 품목허가 신청"

국내 개발 탄저백신 임상2상 스텝2 마무리 단계
"26년간 노력의 결실…백신 주권 확립 큰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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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우리나라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탄저백신 보유국 반열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개발 중인 탄저백신 임상 2상 스텝2 마무리 단계를 밟고 오는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허가를 받게 되면 전 세계에서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탄저백신 개발에 성공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특히 전문가들은 상용화와 범용성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미국에 이은 두 번째 탄저백신 개발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국내 탄저백신 연구는 1997년부터 시작해 이듬해 생산균주를 자체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또 2002년부터 녹십자와 공동 개발에 들어가 2009년 임상 1상, 2012년 임상2상(스텝1) 시험을 완료했다.

임상2상 스텝2는 지난 2021년 6월 개시했다. 탄저의 경우 고위험병원체이기 때문에 실제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시험을 할 수 없어 '애니멀 룰'(동물실험갈음규정)에 따라 임상 3상을 대체 실험으로 갈음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임상2상 스텝2를 마무리하고 품목 허가 절차를 순차적으로 받게 되면 무려 26년 만에 큰 결실을 맺는 셈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인 탄저는 제1급 감염병으로 분류돼 있다. 1급 감염병은 가장 위험도가 높은 감염병으로, 생물테러가 가능한 질환이나 신종 감염병이 대상이다.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발생 우려가 커 음압격리 등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하다.

현재 탄저를 비롯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신종인플루엔자, 페스트, 에볼라바이러스 등 17종이 1급 감염병으로 분류된다. 탄저는 주로 초식 동물에서 발생하는 질병이지만, 감염된 동물을 사람이 날로 먹거나 다루는 과정에서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국내에서 탄저는 1952년 이후 몇 차례 집단 및 산발적 발생이 보고됐고, 2000년 경남 창녕군에서 두 명이 사망한 사건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발생 보고는 없다.

또 탄저균은 병독성이 강해 생물무기로 사용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국가적 대비가 필요하다. 2001년 미국에선 탄저균 백색가루가 들어있는 우편물을 통한 생물테러가 발생한 적이 있다.

김소현 질병청 고위험병원체분석과 보건연구사는 "탄저는 법정 감염병이기도 하지만 생물 테러로 악용될 수도 있는 병원체이기 때문에 대응용·대비용 백신으로 비축 의약품으로 개발하게 된 것"이라며 "생물 테러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테러 발생을 감소시키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백신 주권’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현재 허가를 받고 사람에게 사용되는 예방용 탄저 백신은 미국이 개발한 바이오스락스 백신과 영국에서 개발한 에이브이피 백신이 있다. 하지만 영국에서 개발한 백신은 상용화되지 않고 미국에서만 수입하고 있다.

김 연구사는 "현재 탄저 백신은 전량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생물 테러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개발한 백신이 있다면 자국민에게 먼저 쓸 수 있기 때문에 백신 주권 확립에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