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준이 세계 표준…식약처가 국제 규제기준 선도할 것"

[인터뷰]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글로벌 규제 장벽 넘을 수 있는 업계 디딤돌 되겠다"

오유경 식약처장이 22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8.2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청주=뉴스1) 대담=허남영 바이오부장 강승지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품화나 수출을 지원한다고 하면 의아해하시는데요. 식의약은 규제산업이라 시장 진입이나 수출을 위해서는 글로벌 규제 장벽을 넘어야 하고 이를 지원해 줄 곳이 식약처입니다. 규제의 장벽을 낮추는 게 아니라 디딤돌이 돼 규제의 벽을 잘 넘도록 도와주는 거죠."

오유경 식약처장을 지난 22일 충북 청주시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 내 처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하필 이날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확정하고 방류 시점을 예고해서인지 우리 국민 식생활의 안전을 책임진 식약처 내부에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오 처장과의 인터뷰 첫머리는 당연히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우려가 화두가 됐다.

"방사능이 검출된 일본 수산물이 우리 국민 식탁에 오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오 처장은 단호했고 자신에 차 있었다. 국제기준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일본산 수입 수산물을 이중 삼중으로 검사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안심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식약처 수장을 맡게 된 오 처장은 약학 전공자답게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 윤 정부 핵심 전략산업으로 꼽히는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규제혁신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게 오 처장의 판단이다.

오 처장은 뉴스1과 인터뷰에서 "혁신제품의 신속한 개발을 위해 새로운 길을 만들고, 이를 개발자들에게 안내하는, 역량 있는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규제과학과 규제혁신을 강조했다.

오 처장은 "규제과학은 식품, 의약품 안전관리를 위한 규제에 근거와 뒷받침이 되는 과학"이라며 "건물의 기초석을 '모퉁이돌'이라고 한다면 규제과학은 식의약 안전관리의 모퉁이돌이다. 국민 안전을 든든하게 산업을 단단하게 뒷받침해 주는 게 규제혁신"이라고 소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이후 규제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 편익과 국민 안전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가 싶지 않을 텐데.

산업 편익만 고려해 국민 안전에 소홀하지 않으냐 걱정하실 텐데 그렇지 않다. 우선 규제는 식의약을 얼마나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안전망'·'울타리'다. 왜 혁신하느냐면 규제도 변화가 필요해서다.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기술)라는 규제도 미국은 '현재(current)'라는 뜻을 담아 cGMP라고 한다.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규제혁신은 안전에 구멍을 내겠다는 게 아니고 안전망·울타리를 시대에 맞게 견고히 다지겠다는 의미다.

마침 지난 16일 '규제과학혁신법'이 전면 개정·공포됐다. 연구개발 초기부터 최종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규제 서비스를 통해 불확실성과 시행착오를 줄일 길이 열려 바이오헬스 성장과 국가경쟁력 강화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제과학에 대한 개념이 어렵다고 보고 만든 규제과학혁신법에 대한 삽화(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성과는 있나.

▶2022년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올 6월 5가지 분야 총 80개 과제의 '규제혁신 2.0'을 발표했다. 2.0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위험예측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안전관리 혁신 분야가 추가됐고 소비자 소상공인의 편익 증진과 글로벌 진출 지원 과제 발굴에 역점을 뒀다.

규제과학과 규제혁신의 틀 위에 경쟁력 있는 우리 제품이 해외로 진출하려면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다. 식의약 산업은 모든 나라에서 안전을 관리하는 규제 산업이니 국제시장에 가려면 국제기준과 조화를 이루고 각국과의 협력으로 장벽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글로벌식의약 정책전략추진단을 만들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식품 규제기관장 협의체인 '아프라스'(APFRAS)를 세계 최초로 구성해 지난 5월 발족했다. 첫 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 선출됐고 협력의 중요성을 담은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신약 개발의 역사가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현저히 짧다. 그러나 1999년 국산 신약 1호 '선플라주'가 나온 뒤 35개의 국산 신약이 허가됐다. 35개 있다고 하면 외국에서도 놀란다.

언젠가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꼭 나올 것으로 본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은 굉장히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10대 의약품에도 바이오의약품이 케미컬의약품보다 더 많다.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탄생시키려면 규제기관 인허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신기술이 적용된 혁신제품에는 규제의 길이 명확하지 않기도 하다. 이는 전 세계도 마찬가지고 우리가 길을 만들어줘야 개발자들이 빨리, 안전하게 갈 수 있겠다.

식약처는 물질 개발부터 허가에 이르는 개발 전 주기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브릿지(BRIDGE)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획 단계부터 맞춤형 규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임상시험, 허가 단계에서는 신속심사를 제공해 혁신제품의 빠른 시장진입을 돕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식약처가 심사 역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 규제역량을 국가 인프라로 갖춰야 한다. 규제과학에 기반한 규제지원이 필요하다. 2022년 기준 식약처 의료제품 분야 심사인력은 총 584명(공무원 261명·공무직 323명)으로 약 8000명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4000명대의 유럽의약품청(EMA)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다만 절대 수뿐만 아니라 기존 심사자들의 전문성도 중요하다. 의약품 허가심사 인력을 대상으로 심사에 필요한 이론 교육과 최신 과학기술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현장 실습 교육 등을 통해 산업현장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규제과학' 관련 인력도 필요한 것 아닌가.

▶규제과학혁신법에 규제과학 인력 양성 근거가 마련됐다. 6개 대학원 교육과정을 통해 규제 이해와 안전성·유효성 등 평가 역량을 갖춘 석·박사급 인력을 600명 양성할 계획이다. 일부는 식약처로, 일부는 산업계로 갈 텐데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늘수록 이 분야가 더 성숙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마약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최근 각종 사건으로 심각성이 드러났는데.

▶우리 사회에 마약은 국민 일상을 파고드는 심각한 수준이 됐다. 2022년 마약류 사범은 1만8395명으로 전년대비 13.9%(2242명) 증가했고 재범률은 35%로 높다. 특히 20대 이하 마약사범이 전체 사범의 34.2%로 '100세 시대'에 미래가 어둡다.

2019년 20대 이하 마약사범이 전체 사범의 23.3%를 차지했던 데 비해 10.9%p 상승했다. 마약류에 대한 온라인 접근성이 젊은 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판단한다. 재범률 통계는 자세히 봐야하는데 마약 재활교육을 받은 사람의 재범률은 11.2%인 반면 재활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43%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소관 부처는 식약처고 마약류 대책협의회 실무 간사를 맡고 있다. 마약류안전관리 컨트롤타워로서 마약류 예방, 단속은 물론 재활에 있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마약재활에 있어서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있나.

▶마약류 중독자가 재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중독재활센터를 현재 3개소에서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하고 마약 재활에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양성하며 인증제도 추진할 계획이다. 교육부와 청소년 마약 예방·재활을 위한 교재 개발도 고민하고 있다.

젊은층 눈높이에 맞춘 메타버스나 웹툰 같은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미국 마약류 치료재활전문기관인 '사마리탄 데이탑빌리지'와 예방재활과 전문인력 양성에 필요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신종마약도 분석하고 있다. 신종마약은 기존 마약의 구조를 약간 변형한, 한 마디로 '써도 안 걸리는 마약'이다. 유엔마약범죄연구소(UNODC)와 공조하며 신종마약 실태와 현황 분석을 40일 안에 끝내고 있다. 이후 임시마약류로 지정해 유통을 차단하고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이 22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8.2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최근 미국 FDA와 체결한 협력 각서는 어떤 내용인가.

▶올 4월 미 FDA와 AI을 활용한 의료제품 개발을 촉진하는 데 함께하자는 내용의 협력각서(MOC)를 체결했다. 신기술 분야에 있어 규제 선진국과 논의를 함께 하는 점에 우리 역량을 알릴 계기가 됐다. 한미 양국은 AI 기반 의료제품 글로벌 워크숍을 내년 1분기에 서울에서 열 예정이다.

-식약처를 어떤 조직으로 만들고 싶나

▶취임 15개월이 지났다. 또 식약처가 처 승격 10년을 맞았고 청으로 거슬러 오르면 올해로 25년째다. 식약처는 한창 성장하고 있는 젊은 기관이다. 최근에는 우리가 강점이 있는 바이오시밀러 분야나 AI 의료기기 분야 국제 협의체에서 의장국을 맡아 리더십을 보이기도 했다.

식약처는 지금까지 국제기관을 추격해 왔다. 추격마저 요원해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글로벌 규제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규제 기준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만들고 싶다. 우리의 기준이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는 미래를 꿈꾼다.

■ 대담= 허남영 바이오부장, 정리=강승지 기자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