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 입성 바이오기업, 지난해 절반 '뚝'…"상장 보릿고개"

지난해 8곳→올해 4곳…미국발 글로벌 금리상승 등 영향에 공모시장 경색
'기술특례상장' 개선안 기다리며 상장 미루기도…투자시장 악화에 기업들 '구조조정' 악순환도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올해 예비심사(예심)를 청구해 증권시장에 상장했거나 상장을 앞두고 있는 바이오기업(의료기기 업체 포함)은 단 4곳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규모다. 예심 청구 기업도 지난해보다 올해 18% 감소했다.

이는 미국발 금리인상 여파로 주식시장이 위축된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다. 또한 거래소가 마련 중인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평가체계 표준화' 가이드라인을 기다리다 해를 넘기려는 기업들도 적잖은 분위기다.

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상장을 위해 예심을 청구한 바이오기업은 총 18곳이다. 이 중 샤페론(신약)과 인벤티지랩(약물전달기술), 디티앤씨알오(임상수탁기관) 등 총 3곳이 각 예심을 통과하고 10~11월 상장에 성공했다.

동물진단 사업을 하는 바이오노트는 10월 7일 예심 승인을 받아 오는 22일 유가증권(코스피)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인 곳은 △지아이이노베이션(신약) △에스바이오메딕스(줄기세포) △큐라티스(백신면역증강제) △글라세움(신약) 등 10곳이다.

희귀 유전질환 진단 검사 서비스 사업을 하는 쓰리빌리언과 의료기기업체 레메디는 각 4월과 5월 예심을 청구했지만 8월 10월에 심사를 철회했다. 본사가 미국에 있는 아벨리노도 사실상 상장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진다. 혈중약물 분석 서비스 제공 사업을 하는 바이오인프라는 예심을 통과하고도 상장을 철회했다.

반면 지난해 예심청구 기업은 총 22곳으로 올해보다 4곳이 많았다. 같은 해 상장에 성공한 기업도 총 8곳으로 올해의 두 배 수준이다. 해당 기업은 △큐라클 △바이젠셀 △바이오플러스 △차백신연구소 △에이비온(이전상장) △HK이노엔 △씨엔알리서치(스펙합병) △툴젠(이전상장)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 금리가 높아지면서 투자가 위축됐고, 이로 인해 공모가가 보수적으로 산정돼 기업공개에 나서는 기업들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소의 기술특례상장 가이드라인 발표가 늦어지는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어 "(내년에는) 금리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가이드라인도 빨리 나와야 불확실성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현재 기술평가모델 정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술특례 상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은 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2곳으로부터 각 A, BBB 등급 이상의 평가 결과를 받아야 예심 청구를 할 수 있다. 거래소는 24개 기술평가 기관마다 크게 다른 평가 결과를 내는 등 부작용을 줄이고자 '기술평가체계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이 필요한 소규모 바이오벤처의 경우 '구조조정' 카드까지 꺼내드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한 벤처캐피탈(VC)사 대표는 "금리인상뿐 아니라 올해 몇몇 바이오기업의 성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었고 이에 따른 불신, 그리고 거래소의 상장심사가 예년보다 까다로웠던 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인력 구조조정 혹은 비용절감을 위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축소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아 불확실성이 해소되거나 기술수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실적이 어느 정도 나오는 내년 하반기쯤 시장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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