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산책하다 반려견 열사병 걸린다…'갇힌 차 안' 보다 더 위험

英수의대, '폭염 경보-개 열사병' 상관 관계 연구
폭염에 반려견 운동 후 열사병 가장 많이 나타나

영국왕립수의대는 열 건강 경보 발령 시기에 운동이나 차 여행 같은 열사병 유발 요인에 개를 노출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기후 변화로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되며 전 세계적으로 인간과 동물 모두 열사병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영국왕립수의대(Royal Veterinary College)에 따르면 개(강아지)의 열사병은 헐떡임이나 서늘한 곳으로 이동해 체온을 안전한 수준으로 낮출 수 없을 때 발생한다. 개의 고체온증은 전신 염증, 장기 기능 장애를 초래해 신속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 폭염 경고 시, 반려견도 온열질환 대비해야

지난 5월 말 영국왕립수의대는 폭염 기간 하루당 반려견의 열사병 사례가 여름의 다른 날보다 다섯 배 더 많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영국왕립수의대는 영국 보건안전국(UK Health Security Agency)에서 발표하는 열 건강 경보 시스템(폭염 경보)이 개의 열사병 예측에도 매우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열 건강 경보 발령 시기에 보호자는 운동이나 차 여행 같은 열사병 유발 요인에 개를 노출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시안 비어드(Sian Beard) 영국왕립수의대 연구 석사 과정 학생이 주도하고 영국 동물병원 데이터베이스 벳컴퍼스(VetCompas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영국 반려견 복지 재단 도그 트러스트(Dog Trust)의 지원을 받은 이 연구는 개의 열 관련 질병 발생과 관련된 요인을 탐구하기 위해 시작됐다.

연구팀은 2022년 영국의 응급 치료 수의 기록 16만7751건을 익명으로 분석하고, 개에서 확인된 384건의 열사병 사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열사병 사례의 59.64%가 2022년 다섯 차례 폭염 기간이었던 40일 동안 발생했다.

열 관련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는 운동 관련이 51.46%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뜨거운 야외 환경이 31.02%, 뜨거운 차량이 12.41%로 나타났다.

폴라 보이든(Paula Boyden) 도그 트러스트 수의학 책임자는 "개의 열사병 위험 요소에 대한 명확한 지표를 제공하는 연구를 지원하게 돼 기쁘다"며 "열 건강 경보를 사용하는 것은 보호자가 개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피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전했다.

◇ "뜨거운 날에는 차 안뿐만 아니라 산책도 위험하다"

영국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는 뜨거운 날에는 갇힌 차 안뿐 아니라 산책도 위험하다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RPSCA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반려견의 열사병은 갇힌 차 안에서보다 뜨거운 날씨에 운동한 후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반려견 안전 관련 캠페인도 달라졌다.

영국 수의사협회 및 영국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연례 캠페인 '개는 뜨거운 차 안에서 죽는다(Dogs Die in Hot Cars)'를 업데이트했다. "뜨거운 날에는 차 안뿐만 아니라 산책도 위험하다"는 메시지가 추가된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한 것.

이번 연구를 주도한 시안 비어드(Sian Beard)는 "기후 변화로 폭염이 더 빈번해지고 심각해짐에 따라 개들이 열사병을 겪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면서 "열사병은 예방 가능한 질환이며, 특히 납작한 얼굴을 가진 개나 이중모를 가진 견종의 보호자들이 주의를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름철 열 건강 경보 기간에는 산책 등 반려견과의 야외 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영국왕립동물학대방지연합은 "너무 더운 날은 그늘도, 시원한 물도 소용없다"며 "폭염에는 반려견을 시원한 집 안에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권고했다. [해피펫]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