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AI 진단 플랫폼기업 노을 "다국적 바이오 기업 탄생 보여줄 것"

임찬양 대표이사 "평범한 회사란 말 싫어…10억 고객 목표"
2024년에 손익분기점…"수십명 AI 개발중, 빅데이터 만들 것"

임찬양 노을 대표이사가 경기 용인시 수지구 노을 사옥에서 종합뉴스통신사 <뉴스1>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음상준 보건의료전문기자 =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큰 기회를 포착한 일부 바이오 진단기업은 초대박을 터트렸다.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진단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다는 걸 보여준 첫 사례였다.

그동안 바이오 진단기업은 신약 개발업체보다 시장 가치를 낮게 평가받았다. 진단·헬스케어 업체를 향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현상이 유독 심했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는 국내 헬스케어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다.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을 향해 가면서 진짜 실력을 보여줄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국내 진단기업을 대상으로 옥석 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AI) 진단 플랫폼기업 노을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노을 창업자 임찬양 대표이사는 종합뉴스통신사 뉴스1과 인터뷰에서 "평범한 바이오 기업이란 평가를 받는 게 싫다"며 "코스닥시장 상장 이후에 더 큰 꿈을 꾸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 글로벌 고객을 10억명 확보하는 게 목표"라며 "대한민국에서도 다국적 바이오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듣기 좋은 소리로 하는 말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 흐름을 치밀하게 계산하고,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개발했다"며 "오는 2024년에는 손익분기점(BEP)을 넘긴 뒤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흑자기업 발판이 될 핵심 제품은 진단 플랫폼 '마이랩(miLab™ Diagnostics Platform)'이다. 노을은 내장형 인공지능(임베디드 AI) 기술과 고체 기반 차세대 염색·면역진단(NGSI) 기술을 접목해 마이랩 플랫폼을 만들었다. 마이랩은 피와 조직세포 검체를 통해 질병 여부를 분석할 수 있다.

사람이 들고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했다. 검사실과 전문인력 확보가 어려운 저개발 국가를 겨냥한 맞춤형 제품이다. 마이랩은 기능을 업데이트할수록 분석할 수 있는 질병이 늘어난다.

현재 노을이 주목하는 시장은 말라리아다. 말라리아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저소득 국가에서 유행 중이며, 의료 인프라가 열악하기 때문에 마이랩 플랫폼이 진출하기 용이한 시장이다. 마이랩과 검사에 필요한 소모품만 갖추면 유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노을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진단 플랫폼 마이랩과 세부 품목 모습./ⓒ News1 김영운 기자

노을이 개발한 말라리아 진단 솔루션은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로부터 스케일업(Scale-Up·규모 확대) 단계에 진입한 혁신제품으로 소개됐다.

말라리아는 모기가 매개체가 돼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발열과 오한, 식욕부진,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국가에서는 말라리아 감염으로 숨지는 사례가 많다.

임 대표는 "말라리아 감염자는 연간 수억명에 달하고, 국제기구에서 투자하는 금액만 연간 1조원이 넘는다"며 "마이랩은 분석 장비는 작고 유지보수에 수월한 점, AI 기술을 탑재해 글로벌 시장에서 위협적인 경쟁 제품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AI 기술을 통해 대학병원 전문인력이 검사한 수준의 진단 정확도를 보여준다"며 "검체를 장비에 넣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길어야 15분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노을은 말라리아 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일으킨 뒤 혈구 및 자궁경부암 분석 기능을 마이랩에 추가할 계획이다. 그중 혈구 분석은 6월 전후, 자궁경부암 분석 기능은 이르면 올해 4분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혈구는 혈액 속에 함유돼 있는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의 세포 성분이다. 혈액은 건강검진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검체다.

자궁경부암은 자궁 입구인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여성 생식기 암이다. 자궁경부암은 검사 수요는 많지만 의료 공급이 부족한 중소득·저개발 국가에서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암을 진단하는 과정은 복잡하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40여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저개발 국가에서 검사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이유다.

자궁경부암은 검사 비용이 비싸 수익성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노을이 진출하려는 시장도 인도와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내로라하는 인구 대국이다. 노을이 이들 시장에 진출하면 단번에 흑자기업으로 변신하고, 큰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

임 대표는 "마이랩은 영토가 크고 의사가 부족한 인구 대국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AI 기능을 위한 고성능 칩도 탑재했다. 노을은 전문인력 20~30여명을 투입해 자체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진단검사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AI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확보한 것이다. AI 소프트웨어를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노을의 히든카드는 전 세계에 깔린 마이랩을 통해 세포 단위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한 인종의 세포 단위 정보를 대거 확보할 수 있다. 종양이나 장기, 근골격계 이미지를 학습해 의사의 진단 활동을 보조하는 기존 AI 소프트웨어와는 차원이 다르다.

임 대표는 "현재 이름만 대면 알만한 다국적 기업 2~3곳과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임 대표 이력도 눈길을 끈다. 그는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대학교 재학 시절 의료기기업체에서 간부로 일했다. 이후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투자팀장, 솔인베스트 이사 등을 거쳐 2015년 노을을 설립했다. 국내 최고 학부에서 공학을 전공했고 투자업계에서도 활동한 다채로운 이력을 가지고 있다.

용인시 수지구에 자리를 잡은 사무실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을 연상하는 인테리어로 꾸몄다. 직원들이 반려견을 데려와 일할 수 있는 사무실, 자녀를 위한 별도 공간도 마련했다. 면접수당을 지급하는 경기도 소재 기업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반려견을 사무실로 데려와 근무 중인 노을 직원./ⓒ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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