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 구조전환, 첫 단추부터 '삐끗'…"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

"전공의는 물론 전문의 부족해 지방에서 인력 충원"
"암 1~2기는 외래 불가…의료 질 보장 없는 구조전환 문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 등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장기화 되고 있는 3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 게시판에 전공의 모집 포스터가 붙어 있다. 2024.12.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발표 후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난 지 11개월째 접어들며 병원의 재정·인력난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도 차질을 빚는 모양새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4일 6차 선정을 끝으로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모두 중증·음급 중심의 구조전환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중환자실과 응급병상 등을 제외한 일반병상 총 3625개를 감축했다. 이는 전체 일반병상의 8.6%를 차지한다. 수도권 '빅5' 병원에서만 1157개 일반병상을 감축했다.

지난해 9월 발표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윤석열 정부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추진하는 의료개혁의 일환이다.

일반병상을 줄여 중증·응급·희귀질환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의 진료역량을 강화하며 진료협력병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전공의의 수련 환경 개선을 골자로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중환자실 수가와 입원료 수가를 가산하는 등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 연간 3조 3000억 원, 3년간 총 10조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빅5를 포함한 수도권 대학병원장들은 모두 신년사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사업'을 새해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중증 고난도 환자 진료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병원이 구조전환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의료개혁이 순항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달리 의료현장에서는 재정·인력난 등 고충의 목소리가 크다. 또 사업 참여 역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지난 2월 이후 이미 수술과 입원은 한 60% 정도로 줄었고 외래도 약 80%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에 사업 참여 전후로 보면 병원이 할 수 있는 역량은 실상 똑같다"며 "중증 환자를 더 많이 보면 수가를 높여주는 상황이라 참여했지만 적자가 해소되거나 재정 상황이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결국 과거에 비해 환자가 40% 정도 줄어든 건데 사실 구조전환 사업에 따라서 일반 병상 15%를 줄인 것은 경증 환자가 준 것이니 나머지 25% 정도는 중증 환자가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해당 사업의 목적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희귀·응급 진료 역량을 키우는 데 있지만 중증 환자가 더 크게 줄어들게 된 상황인 것이다.

또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이미 기존 전문의도 부족해 지방에 있는 전문의가 서울로 올라오는 상황이라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한 수련병원 필수과 교수 역시 상급종합병원 지원사업이 지역·필수 의료를 외려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실제로 수도권에 전문의가 부족해 (지역 전문의들이) 많이 옮기고 있다"며 "이 때문에 부산 같은 경우는 항암치료 자체를 못 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암 1~2기 정도면 현재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 자체가 안 된다. 수술하려면 큰 병원에 와야 하지만 진료를 받을 수도 없고, 의사도 없어지는 추세"라며 "의료의 질이 보장되면서 구조전환을 해야 사업이 성공하는 거지 지금처럼 병상수를 얼마나 줄였고 병상 가동률이 얼마나 된다는 등 수치로만 설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한 달에 당직을 7번 정도 서고 있어 힘들다. 올해 버틴 것은 임상 강사가 있었기 때문인데 문제는 3월 이후로는 임상 강사조차 없어진다"며 업무 과중과 인력난을 호소했다.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수가를 올린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의료진이 있어야 중환자를 볼 수 있는 건데 의료진이 없다"며 "인력에 한계가 있으니 문제가 누적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 그치지 않고 지역 2차 병원과 일차의료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의개특위는 연초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