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도 변비 걸려"…파충류 수의사는 뱀을 어떻게 진료할까[펫피플]
김용안 예은동물의료센터 원장 인터뷰
- 한송아 기자,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가정에서 키우는 뱀이 주로 내원하는 원인은 변비입니다."
김용안 서울 강남 24시 예은동물의료센터 원장이 뱀 진료에 대한 질문에 가장 처음 꺼낸 답변이다.
변비는 현대인을 괴롭히는 고질병이다. 그런데 뱀도 변비에 걸린다니 두 귀를 의심했다. 심지어 뱀에게 변비는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심각한 질병이라고 한다. 뱀은 어쩌다 변비에 시달리는 걸까.
개와 고양이가 아프면 주변에서 동물병원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서 파충류, 조류 등 특수동물을 진료하는 동물병원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이에 보호자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 특수동물병원이 있는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한다.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를 맞아 뱀은 어떤 증상으로 주로 동물병원에 내원하고 어떻게 치료하는지 등을 특수동물 치료로 유명한 김용안 예은동물의료센터 원장을 만나 물었다.
개인이 뱀을 사육하면서 일어나는 외래 야생동물 유입 및 동물복지 문제가 정부와 동물단체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뱀의 신비로운 매력에 빠진 마니아층에 의해 뱀 사육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뱀 사육 인구에 대한 구체적 통계는 없다. 하지만 지난 2022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조사한 결과 뱀을 비롯한 파충류는 강아지와 고양이, 어류에 이어 많이 양육하는 동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성격이 온순하다고 알려진 콘 스네이크와 볼파이톤 종을 많이 기른다.
"먹이 사냥과 번식을 위해 활동하는 야생에서와 달리 리빙박스와 같은 공간에서 길러지는 뱀은 활동량이 적어 변비에 잘 걸립니다."
김 원장에 따르면 뱀은 보통 한 달에 한 번 먹이를 먹고 천천히 소화한다. 먹이를 먹은 후 3일에서 7일 내 배변을 하는데, 그 이상 길어지면 변비에 걸린 것이다.
뱀 변비는 엑스레이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치료는 변비약을 처방하거나 온욕을 통해 장운동을 촉진하면서 배변을 유도한다. 그래도 배변하지 않으면 관장을 한다.
보호자는 평소 뱀을 잘 살피고 변비가 의심되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너무 늦어지면 관장까지 해도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 김 원장은 "3개월 이상 변비에 시달린 뱀을 진료한 적이 있는데 쾌변에 성공했지만 장 점막이 많이 손상된 상태여서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났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뱀을 기르는 보호자들은 암·수 구분을 위해서도 동물병원에 종종 방문한다. 뱀은 육안으로 성별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가는 침을 생식기관에 찌르는 프루빙이란 기법으로 길게 들어가면 수컷, 짧으면 암컷이다.
이외에도 탈피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기간이 길어지는 탈피 부전, 외부 진드기 감염 등의 이유로 뱀이 주로 동물병원에 내원한다고 김 원장은 전했다.
현재 국내에서 뱀과 같은 야생동물을 기르는 것에 대한 규제는 허술하다. 개인이 독사를 번식시켜 유통해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 국제 멸종위기종에 등재된 뱀도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김용안 원장은 "수의사로 근무하며 여러 동물에게 물렸는데, 물렸을 때 가장 아픈 동물은 뱀"이라면서 "그만큼 위험하고 또 개와 고양이처럼 제대로 된 양육 정보를 얻기 어려워 기르기 힘든 동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뱀과 같은 파충류는 인수공통전염병인 살모넬라를 잠재적으로 갖고 있기에 가급적 만지지 않길 권장한다"라며 "만진 후에는 손 세정과 소독을 잘 하고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 노약자와 임산부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뱀의 해라고 해서 호기심으로 뱀을 기르지 않길 바라고, 지금 기르시는 분들은 뱀의 특성에 대해 이해하고 이상 증상을 보이면 전문가에게 진료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김용안 원장은 지난 2007년부터 11년간 삼성에버랜드 동물원 진료 총괄책임 수의사로 근무하며 200여종의 동물을 진료했다.
다양한 진료 경험을 기반으로 현재는 예은동물의료센터에서 거북이와 도마뱀을 비롯한 파충류와 조류 등 특수동물의 질병 치료를 하고 있다.[해피펫]
badook2@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