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 둔 '유공자의 딸'의 기적 나눔…3명 살리고 하늘로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엄마 저 막내딸 지민이에요. 하늘나라에서는 건강하시고, 천사가 돼 우리들 잘 돌봐주세요. 저도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엄마 사랑해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일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박혜은 씨(43)가 뇌사장기기증을 통해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 명의 기능 장애 환자에게 희망을 선물했다고 23일 밝혔다.

박 씨는 지난달 25일 새벽 2시에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박 씨는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과 폐장(다장기 이식), 간장, 왼쪽 신장을 기증해 3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 명의 기능적 장애가 있는 환자의 기능 회복을 도왔다.

박 씨의 가족들은 아직 어린 자녀들을 생각하면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생명나눔을 하고 떠난 자랑스러운 2남 1녀의 엄마로 기억할 수 있도록 기증을 결심했다. 살아날 가능성이 1%라도 남아있다면 그 기적을 원했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알기에 박 씨의 마지막 모습이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가는 길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부산에서 1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 씨는 활발하고 잘 웃으며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는 친근한 성격이었다. 음식 만드는 것을 즐겨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했고 최근에는 제빵을 배우면서 빵을 만들어 나누어 주는 것을 좋아했다.

박 씨는 국가유공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주변에 도움이 필요하거나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늘 먼저 다가가 도움을 줬고 기증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나도 누군가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박 씨의 남편 이시택 씨는 "자기가 우리 아들 프로 축구 선수 되길 원했는데 그 꿈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서 꼭 이루도록 할게. 나한테 와줘서 너무나 고맙고, 보고 싶어. 사랑해"라며 눈물을 흘렸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