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단 포고령'에 의료계 반발 거세져…의료개혁 논의 '파행 수순'
병협 "의개특위 참여중단"…의협 비대위 "자진해 하야해야"
복지장관도 "계엄 반대"…전공의들 "독재정권과 대화 불가"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해제 선포로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서 정부의 의료개혁 논의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미복귀시 처단'이라는 문구를 두고 연일 반발하고 있으며, 대한병원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는 의료개혁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강수를 뒀다.
5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예정된 소위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으며, 다음달에 잡힌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는 서면 심의로 대체하기로 하는 등 계획을 바꿨다.
의개특위는 이달 말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선 방안 등을 포함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회의 일정이 미뤄지거나, 대면 회의가 서면으로 간소화되면서 향후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계엄사령부는 제1호 포고령에서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했다.
전날 계엄 선포 직후 발표된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에 담긴 '이탈 전공의 등'에 관한 내용이 논란이 되면서 의개특위에 참여 중인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단체들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병협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내린 포고령은) 사실을 왜곡했을 뿐 아니라 전공의를 마치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 '처단'하겠다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존중받고 합리적 논의가 가능해질 때까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참여를 중단한다"고 했다.
다만 병협의 특위 참여 중단에 대해 노연홍 위원장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의료계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개혁방안을 마련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당사자인 전공의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반민주적인 계엄을 실행한 독재 정권과 대화할 수 없다. 의료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독재자와 이를 옹호한 여당의 책임"이라며 "계엄령 선포와 포고령 작성의 진상을 규명하라. 전공의를 특정해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것을 사과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라. 의료 개악을 중단, 대한민국 의료를 정상화하고 대통령은 하야하라"고 요구했다.
박형욱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이 자진해서 하야하는 게 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망상에 기초해 난데없이 전공의와 의료인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전복 세력과 동급으로 취급했다"며 "정부의 불법적 법 집행에 따르더라도 이미 5달 전 전공의 사직이 완료돼 이제 사직 전공의들은 다른 의료기관에 취직하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며 "도대체 누가 파업했고 의료현장을 이탈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더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들도 정부의 비상 계엄령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복지부와 대통령실 간의 갈등도 커질 양상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국무회의 당시 계엄 선포에 동의하지 않았던 이유를 묻는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법적 요건보다는 경제적, 사회적 파장과 부정적 영향이 너무 클 것 같았다"며 "비상계엄 포고령에 담긴 '전공의 처단' 내용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고령) 6개 항목 중 유일하게 특정 직역에 대한 내용이었다"며 "9000명 넘는 전공의가 이미 사직을 한 것도 고려가 안 됐고 그중 50%가 현행 의료 현장에서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도 고려가 안 된 포고령이라 놀랐고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도 "정부 안에서 이 업무를 하고 있는 저를 포함해 용산의 참모들이나 어떤 (관계자) 분들도 그런 분위기는 전혀 공유된 바 없다"고 짧게 답했다.
rn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