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감염 5만명 넘어…"치료 어렵고 사망률 높아"
27일 기준 감염자 5만8명…지난해보다 30% 증가
항생제 오남용이 원인…질병청, 항생제 적정사용 시범사업 진행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항생제 중에서도 강력한 항생제인 '카바페넴'이 듣지 않는 균에 감염된 환자가 올해 5만명을 돌파했다. 전수감시가 이뤄진 이후 최대 규모로 7년 만에 8.7배가 뛴 것이다.
카바페넴에 내성이 생길 경우 치료법이 제한되며 이 경우 중증 환자는 위험해질 수 있어 항생제 내성 관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27일)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목(CRE) 감염증 환자는 올해 누적 5만 8명으로 지난해 3만 8405명보다 30% 증가했다.
CRE 감염증은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내는 균에 의한 감염 질환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빠른 속도로 발생률이 증가하는 중이며 치료가 어렵고 사망률이 매우 높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세계 10대 공중보건 위협'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질병청이 전수감시를 통해 조사하기 시작한 2017년에는 감염자 수가 5717명이었으며 2018년 1만 1954명, 2019년 1만 5369명, 2020년 1만 8113명, 2021년 2만 3311명, 2022년 3만 548명, 지난해 3만 8405명으로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CRE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늘어나고 있다. CRE 감염으로 인한 사망 신고는 2017년 37건에서 지난해 663건으로 무려 17배 증가했다.
이에 대해 박숙경 질병청 의료감염관리과장은 "CRE 감염증은 주로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하거나 전파할 수 있어 '의료 관련 감염병'으로 분류한다"면서 "CRE 감염증을 병원체보유자까지 전수감시체계로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했다.
이어 "최근 환자 발생증가로 추가확산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에서 입원전 검사 등이 활발해지면서 증상이 없는 병원체 보유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의료기관에서 감시 및 감염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CRE 감염증 관리를 위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항생제 내성균 감염은 항생제 오·남용이 직접적인 원인이며, 감염된 환자와 접촉하거나 의료기구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중증 환자가 많은 병원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활발하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OECD 38개국 중 상위 8위로 평균 대비 1.2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21년부터 '제2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을 마련했으며, 질병청은 이달 1일부터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 시범 사업은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 ASP)'의 일환으로 의료기관의 항생제 사용 중재 활동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련됐다.
ASP는 전문관리팀이 의료기관 내 항생제 처방 과정에서 적극적인 중재·관리 활동을 통해 투약, 투여 기간 및 경로 등 최적의 항생제 사용을 제언함으로써 적정한 항생제 사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시범 사업은 이달부터 2027년 연말까지 시행되며 지난 10월 참여하는 병원 모집이 완료됐다. 처음 14개월 동안은 빅5 병원을 모두 포함한 상급종합병원 40개와 종합병원 38개로 구성된 78개 의료기관이 참여한다.
신나리 질병청 항생제내성과장은 "의료 기관마다 ASP를 통해 항생제 사용을 컨트롤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며 "시범 사업 3년 후 CRE 감염증이 극적으로 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며, ASP 시스템을 모르는 의료기관도 많기에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CRE 감염증에 취약한 중증 환자가 많은 병원(상급종합)에서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상급병원이 체계를 구축해 나간 뒤 점차 일반 병·의원급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질병청은 CRE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은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자제해야 하며 특히 의료기관의 항생제 적정 처방과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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