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들 "연구 시간 35%로 감소…의과학 10년 이상 퇴보할 것"

교수 164명 응답…10명 중 7명 휴게시간 보장 못 받아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보건복지부 주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의료진이 패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4.10.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연구 시간이 지난해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 갈등 장기화가 당장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뿐 아니라 의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교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보도문을 통해 "의과학 연구 역량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지만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의학계의 연구 역량은 10년 이상 퇴보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비대위는 "진료와 교육, 그리고 연구는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의 책무지만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의학 연구에 할애하는 시간은 이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35.7%)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데에 보통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림을 고려할 때,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파행적 상황은 내년 이후부터 실제 연구 성과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장 급한 진료 업무만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연구는 뒷전으로 밀려난다"며 "10명 중 7명은 24시간 근무 후 휴게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절반 가까이(45%)가 주 7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비대위는 지난 12일부터 15일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의학 연구에 할애하는 시간과 휴게 시간 등에 대해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는 164명이 답했다.

비대위는 "작년 한림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의학 분야 연구 논문 수는 세계 13위에 해당하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 최근 몇 년간 정체 상태에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향후 연구 성과는 오히려 줄어들고 다른 국가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첨단과학 분야의 연구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에선 대통령의 한마디에 연구개발 예산이 삭감되고 인재들이 의대를 가기 위해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두고 있다"며 "이것이 모두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2000명 의대 증원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