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1%의 기적'…국내서 가장 작은 260g 아기 예랑이 집으로
병원 생활 198일 만에 3.19㎏으로 건강하게 퇴원
삼성서울 모아센터, 10년째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국내 최저체중' 260g, 생존확률 1%로 태어난 예랑이가 병원 생활 198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엄마 뱃속에서 25주 5일 만에 태어난 예랑이가 3.19㎏의 몸무게로 지난 5일 퇴원했다고 12일 밝혔다.
결혼 3년 만에 찾아온 예랑이는 임신 21주 차부터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병원을 찾은 예랑이 엄마는 자궁내성장지연을 확인했고 삼성서울병원 모아집중치료센터의 움직임도 이때부터 바빠졌다.
예랑이 엄마는 혈압이 점차 치솟고 복수까지 차오르는 전형적인 전자간증 증세를 보였다. 전자간증(Pre-eclampsia)은 임신 중에 발생하는 고혈압성 질환으로 임부와 태아 모두 위험하게 하는 대표적인 임신 질환이다.
모아센터 의료진의 마음도 급해졌다. 오수영 산부인과 교수, 함수지 임상강사 등 고위험산모팀은 예랑이 엄마의 증세를 완화하기 위해 마그네슘을 투여하는 등 예랑이의 안전한 출산을 준비했다.
엄마가 입원한 지 나흘 만인 지난 4월 22일, 울음조차 희미하게 들릴 정도로 작게 태어난 예랑이는 집도의였던 함수지 임상강사의 손바닥 크기에 불과했다.
예랑이는 출생 직후 호흡부전, 패혈성 쇼크로 인해 인공호흡기 치료, 항생제, 승압제, 수혈 등의 고강도의 치료가 필요했다.
예랑이가 신생아중환자실에 온 날부터 줄곧 지정의로서 치료했던 양미선 교수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모두 예랑이가 첫 변을 본 순간을 잊지 못한다"며 "예랑이가 반드시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태변을 본 예랑이는 몰라보게 호전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흡기를 떼고 자발호흡을 시작하고 몸무게도 늘기 시작했다.
미숙아에 흔한 망막증도 안과에서 매주 망막검사를 진행하며 관리하자 큰 합병증 없이 무사히 넘겼다. 재활의학과에서 매일 구강 및 운동 재활치료를 하면서 기운도 활달해졌다.
신생아중환자실의 전문간호사들은 예랑이의 작은 몸에 필요한 영양과 약물 주입이 가능하도록 말초삽입형 중심정맥관을 확보하고 감염을 예방하는 환경을 마련했다.
특히 민현기 신생아중환자실 전문간호사는 예랑이 엄마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임신 합병증으로 엄마의 눈이 잠시 안 보일 때 예랑이에게 먹일 모유 유축을 민현기 간호사가 도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2년 1·2차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예랑이보다 조금 더 큰 500g 미만의 신생아도 생존율은 36.8%에 불과하다. 예랑이처럼 300g 미만으로 태어나면 생존한계 바깥 범위여서 생존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희박하다.
장윤실 센터장은 "예랑이는 앞으로 태어날 모든 저체중 미숙아의 희망이 될 아이"라고 전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014년 고위험 산모와 태아, 신생아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도록 다학제 진료 기반 모아집중치료센터를 개소했다. 예랑이와 같은 아기를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살리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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