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탄핵 이후 의정갈등은?…‘여의정 협의체’ 첫 관문
임현택 회장, 취임 6개월만에 탄핵…13일 비대위원장 선출
의료계, 비대위·새 의협 집행부에 새로운 리더십 기대
- 김규빈 기자, 조유리 기자,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조유리 이비슬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9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탄핵당했다. 여야의정협의체 출범을 하루 앞두고 의사단체 대표가 물러나는 만큼, 의대 증원, 필수의료패키지 등 대정부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1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불신임(탄핵)안을 가결 요건인 150명을 넘긴 170명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날 대의원총회에서는 의협 비대위 구성도 가결됐다.
의대증원과 관련해 그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임 회장의 중도하차로 새로 들어설 집행부에 대한 의료계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간 임 회장과 대립각을 세워 온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이날 탄핵 표결 직후 기자들을 만나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더 논의하겠다"고 했다.
김택우 전국시도의사협의회장은 "후임 회장이 선출되면 뜻을 맞춰서 원팀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면서 "결국은 전공의·의대생이 투쟁의 주체이고 그들은 미래를 포기하고 나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전공의와 학생들의 뜻을 존중하고, 결국은 그런 방향으로 회무가 진행되는 게 저는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다.
당장 11일 출범하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앞으로 의협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이 빠진 여의정 협의체 출범을 밝히며 "11일 회의는 의제를 정해 놓지 않고 출범하는 상견례 자리가 될 것"이라며 "(협의체에선) 의대 정원을 다루고, 의료사고 면책 특례 조항이나 전공의 처우 개선, 필수지역의료 활성화 지원 등의 주제를 다루게 될 것 같다"고 했다.
협의체에는 정부 측에선 한덕수 국무총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여한다. 여당 측에선 한지아 의원, 김성원 의원 등이 나온다. 의료계에선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참여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참여 주체의 대표성 부족, 의제 제한 등을 사유로 불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임 회장 등 기존 의협 집행부는 협의체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임 회장이 탄핵당하면서 새롭게 구성되는 비대위, 새 의협 회장 등이 협의체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전공의, 의대생 단체 등은 의정사태 이후 임 회장과 공개적으로 충돌하며, 임 회장의 탄핵을 요구해왔다. 박 비대위원장은 자신을 포함한 전공의 90명의 이름으로 의협 대의원에게 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후에는 박 비대위원장 등을 비롯한 다수의 사직 전공의들이 의협에 들어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임시대의원 총회에 참석한 대의원 A씨는 "기존 집행부에서는 사직 전공의들이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없었다"며 "대전협 입장에서는 (꾸준히 요구해오던) 의협 회장 탄핵안도 성사됐는데, 협의체 참여 등 정부 협상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문제는 전공의, 의대생과 정부와의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2025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의대교수들 단체 또한 "각 대학 총장들은 모집 인원을 재조정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의원 B씨는 "의료계에서 통일된 목소리를 낸다면, 그 때는 정부에서도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협의체에서 일부 성과를 낸다면 전공의, 의대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오는 13일 비대위원장 선거를 진행하고, 새 의협 회장도 한 달 내로 선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의협 선거관리 규정은 (회장 선출이) 두 달로 되어 있어서 수정이 필요하다"며 "가장 어려운 시기인만큼 올해 안으로는 회장 선거가 마무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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