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복통·설사‘ 고생하는 당신…과민대장증후군? 크론병?

크론병과 증상 비슷하나 장 염증 없으면 과민대장증후군
"내장 과민, 스트레스 등 요인…약물치료보다 생활습관 개선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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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사무실. 갑자기 어디선가 들리는 '꾸르륵' 소리에 20대 A 씨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식은땀을 흘렸다. 몇 분이 지났을까. 배에서 또다시 나는 천둥소리에 당황한 A 씨는 결국 사무실을 잠시 빠져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배가 불편할 때마다 눈치를 보며 하루에도 5~6번씩 화장실을 찾게 되는 게 A 씨의 스트레스다.

이처럼 복부에 불편감이 있고 만성적 복통, 변비나 설사 등 배변 장애를 동반하는 증상을 보인다면 '과민 대장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과민 대장 증후군은 이러한 특징을 보이는 기능성 위장관질환이다.

기능성 질환은 혈액검사나 대변검사 등으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과민 대장 증후군 환자들은 대부분 주관적으로 복부 증상을 호소한다.

천재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민 대장 증후군 환자들은 보통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을 호소하는데 이는 배변과 관련이 있고 배변 후 완화되는 것이 특징"이라며 "그 밖에도 무른 변, 변비, 화장실 가는 횟수의 증가, 복부 팽만감, 점액변, 배변 후 불완전한 배출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12개월 동안 적어도 12주 이상 복부 불편감이나 복통이 있는 상태에서 배변에 의해 상태가 완화되고, 배변 횟수의 변화와 함께 증상이 시작되며, 대변 형태의 변화를 동반하는 특성 중 2개 이상이 나타나면 과민 대장 증후군으로 진단한다.

과민 대장 증후군은 10명 중 1~2명에게 나타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남성보다는 여성 환자가 많으며 20~30대에서 주로 발생하고 중년이 넘어가면 발생률이 떨어진다고 알려졌다.

과민 대장 증후군은 왜 생기는 걸까. 의사들은 원인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천 교수는 "기본적으로 소장과 대장의 운동기능 이상으로 원인을 설명하는데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따라서 내장 과민성, 스트레스 등의 심리적 요인, 자율신경계 이상 등도 원인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아주 작은 자극에도 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장 과민성을 기능성 위장관질환의 중요한 병인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과민 대장 증후군 증상을 보이는 이들은 이를 크론병과 헷갈리기도 한다. 이 두 질환 모두 20~3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하며 복통, 설사 등 주요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가장 큰 차이는 장에 염증이 있는지 여부다. 송주혜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보통 설사가 3~6개월 이상 지속된다든지 할 때 크론병을 고민할 수 있는데 제일 중요한 건 크론병은 염증이 실제로 있어야 하고, 과민 대장 증후군은 내시경이나 CT 촬영 시 염증 등 이상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내시경을 해보는 이유는 혹시 다른 이유가 있어서, 예를 들면 대장암 때문에 배가 아플 수 있는데 이런 원인이 없는지를 확인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즉, 검사 결과 장이 깨끗하다면 크론병이 아니다.

또 과민 대장증후군의 주 증상에는 변비가 포함되지만 크론병은 설사가 더 흔하게 나타난다. 소장, 대장 등 염증이 생겨 영양 흡수가 잘 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양 수치가 떨어지고 몸무게가 빠진다든지 증상이 이어진다.

과민 대장 증후군은 약물을 복용해 치료하기도 하지만 생활 습관 개선이 더욱 중요하다. 송 교수는 "장 움직임이 너무 항진돼 배가 매우 아프거나 아니면 가스가 많이 차서 복부가 팽만하거나 하는 증상을 호소할 때는 변비약이나 지사제를 쓰는데, 사람마다 증상도 맞지 않는 음식도 다르기 때문에 자기 증상을 악화시키는 음식을 피하는 게 제일 효과가 좋다"고 조언했다.

송 교수는 가스를 덜 만드는 식단인 '로우 포드맵 다이어트'를 추천했다. 즉, 배에 가스가 차게 하는 음식을 피해서 식단을 짜는 것이다. 피해야 할 대표적인 음식은 유제품, 밀가루, 콩, 브로콜리, 양배추 등이다. 또 당이 과하게 포함된 액상 음료도 줄여야 한다.

장 건강을 위해 유산균을 먹는 건 도움이 될까. 송 교수는 "유산균 제품마다 성분이 다르다. 유산균을 복용하는 게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지만 효과가 없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보조적으로 복용하되 1~2달이 지나도 효과가 없으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심리적 안정도 중요하다. 천 교수는 "스트레스 해소, 심리적 안정 등을 위해 더욱 노력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과민 대장 증후군은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고 나쁜 병으로 발전하지 않는 질환이기에 '다만 좀 불편할 뿐'이라는 생각을 하며 불필요한 걱정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