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가을 타나봐'…아빠도 갱년기 앓는다

"호르몬 천천히 떨어지며 나타나…증상은 여성과 비슷"
낮은 인식으로 약물 치료 오용할 경우 부작용 심각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가을이 와서 그런가. 왜 이렇게 우울하지…'

4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이유 없이 자주 무기력하고 우울하다. 계절이 바뀌며 찾아오는 우울감이라고 여겼지만 몸이 계속 피로하고 업무 집중도도 떨어져 병원을 찾기로 했다.

그런데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고민됐다. A 씨는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건 아닐까 싶었지만 옆에서 갱년기를 겪고 있는 아내를 보며 '설마 나도 갱년기인가'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비뇨기과를 먼저 방문한 A 씨는 남성 갱년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갱년기는 성호르몬이 감소해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을 말한다. 흔히 여성에게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A 씨처럼 남성도 갱년기 증상을 보인다.

남성 갱년기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노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떨어져 생긴다. 성기능과 뼈, 근육 등이 약화하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40대 이상 중년 남성에게 나타나며 최근에는 30대에서도 갱년기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여성 갱년기와 큰 차이는 무엇일까.

하재성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총무이사(비뇨의학과 전문의)는 6일 "여성은 호르몬이 폐경 이후 급격히 떨어지지만, 남성은 호르몬 수치가 쭉 유지되다가 천천히 떨어지며 갱년기가 나타난다"며 "여성 갱년기처럼 남성 갱년기도 증상이 비슷하다. 우울감을 느끼고, 살이 찌고 근육량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이어 하 이사는 "남성 갱년기 증상을 보이는 이들이 병원을 찾는 주요 이유는 성기능 저하와 발기부전"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성욕 감퇴, 무기력, 체력 저하, 키 줄어듦, 우울감, 울적함, 발기 약화, 운동 신경 저하, 저녁 식사 후 곧바로 취침, 업무 수행 능력 하락 등 10개 항목 중 성기능 약화에 해당하거나 나머지 항목에서 3개 이상에 해당하면 남성 갱년기를 의심할 수 있다. 다만 정확한 진단·치료를 위해서는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하 이사는 "정신적, 신체적, 정서적인 부분을 나눠 증상을 진단할 수 있는데 대체로 주관적인 진단이다 보니 병원에 와서 정확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며 "실제로 우울증인데 호르몬 치료를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국내에서 남성 갱년기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고, 진단·치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 셈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2000년 전후로 남성 갱년기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후생노동성 주도로 남성 갱년기 인식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갱년기 증상인 업무 능력 저하로 인한 경제 손실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 이사는 이러한 낮은 인식으로 약물 치료를 오용하는 경우가 심하다며 "테스토스테론 약물 치료는 반드시 갱년기 증상이 있는 사람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성호르몬 약물 치료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여 성기능 등 주요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데 수치가 정상인 사람이 사용할 경우 회복이 어려운 고환 위축이나 불임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하 이사는 "젊은 친구들이 몸을 키우기 위해 이 약물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한 진단을 통해 약물을 처방받아야 한다"고 했다.

갱년기 검사는 오전을 기준으로 채혈을 해 호르몬을 검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호르몬 검사는 시간대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보통 호르몬 수치는 아침에 높고 저녁에 낮기에 오전 중 검사를 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남성 갱년기를 겪는 이들에게 운동을 권한다. 특히 근 감소를 막을 수 있는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갱년기 증상을 늦출 수 있는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충분한 휴식과 취미 생활 등이 도움 된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