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일 하는거야" 딸에 작별인사…두 아이 엄마, 6명 살리고 하늘로
2006년 기증희망등록…가족들 "뜻 이뤄주고자 기증 동의"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엄마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천국으로 가지만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거야."
병실에 누워있던 이근선 씨(38)는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면 어떻게 하냐'고 묻는 딸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이 모습을 본 가족들은 마음이 아팠지만 자랑스러운 일을 하고 가는 이 씨를 생각하며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이 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로 떠났다고 1일 밝혔다.
지난달 1일 집에서 쓰러진 이 씨를 자녀가 발견해 급히 응급실로 이송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경기 화성시에서 1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난 이 씨는 웃음이 많고 밝아서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었다. 젊어서 클래식 작곡과 피아노 강사 일을 했었고 시간이 될 때면 미술관과 공연 관람을 즐기곤 했다. 이 씨는 2014년 1월에 뇌하수체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지난 4월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2006년 가족 모두 기증희망등록을 신청해 생명나눔을 약속했기에 그 뜻을 이뤄주고자 기증에 동의했고,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좌·우 신장, 안구를 기증해 6명의 생명을 살렸다.
가족들은 9살, 10살 자녀들에게 "이제 엄마를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살리고 그 몸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이 씨가) 한 줌 재로 떠나기보다는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다른 이의 몸에서 생명을 이어가고 살아 숨 쉬었으면 좋겠다"며 기증에 동의한 이유를 말했다.
남편 김희수 씨는 "함께했던 모든 시간이 너무 행복했고 다시 만나러 갈 때까지 기다려줘. 그때까지 애들과 행복하게 잘 지낼게. 사랑해"라며 이 씨에게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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