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 의협회장, 전국 돌며 '사과 투어'…대의원들에게 물었다
11월 10일 불신임 여부 결정…임현택, 대의원들 상대로 사과
"이번엔 분위기 달라" vs "그렇다 해도 대안 없어"…의견 분분
- 천선휴 기자,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조유리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의 탄핵 여부 투표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임 회장이 전국 각지를 돌며 대의원들을 만나 일련의 사태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들과의 불화, 막말 논란에 이어 '1억 원 합의금 요구' 논란까지 터지면서 부결될 줄 알았던 임 회장 불신임 건에 대한 임시대의원회 총회가 결정되자 임 회장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신임 투표 권한이 있는 대의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는 모양새다. 임 회장이 잘못을 저지르긴 했어도 당장 대안이 없다는 의견과 그럼에도 논란이 많은 임 회장을 앞세워서는 현 의정갈등 사태를 풀어나갈 수 없다는 의견이 비등하게 대립하고 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임 회장 불신임 안건과 비대위 구성 등을 논의할 임시대의원총회 일정을 11월 10일로 결정했다. 이에 임 회장은 수도권, 지방 등을 돌며 대의원들을 만나 직접 사과의 뜻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협 대의원은 "임 회장이 수도권도 가고 충청도도 가고 지방도 돌면서 사람들을 만나 사과를 하고 다니고 있다"며 "지금 아슬아슬할 것 같은데 얼마나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을 할 건지 그런 것들이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또 전날 의협 회원들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제 부덕의 소치임을 통감한다. 무엇보다도 엄중한 상황에 제 개인의 부적절하고 경솔한 언행들로 회원들께 누를 끼친 점 백 번 사죄드린다"며 "이러한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당장 저의 모든 SNS 계정을 삭제하고 언행도 각별히 유의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임 회장이 이렇게 전국 각지를 돌고 사과문을 뿌리며 공을 들이는 데는 11월 10일 임시총회에서 불신임안이 표결에 부쳐질 경우 대의원 249명 중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그중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임 회장은 회장직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 회장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는 대의원들의 의견은 아직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대의원은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고 본다. 불신임이 성립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한다"며 "뚜렷한 대안 없이 탄핵을 했을 때 후유증을 걱정하는 대의원들도 있지만 모든 것에다 1억 원 사건이 충격을 주면서 이번에는 딴 때보다 분위기가 안 좋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최근 임 회장이 서울시의사회 A 씨가 의사 커뮤니티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 4억원을 빼돌렸다'는 취지의 게시글을 올린 것을 문제 삼아 고소 취하 합의금 명목으로 현금 1억원을 요구했다는 게 알려지며 의사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8월 31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저지·필수 의료 패키지 대응·간호법 저지를 위한 비대위 설치에 관한 건을 표결에 부쳤으나 투표 참여 대의원 189명 중 131명이 반대해 비대위 설치가 무산됐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대의원은 "사실 전공의나 학생들은 자기 모든 걸 다 버리고 나왔지 않나. 그런 입장에서 좀 더 그 사람들을 배려해 주고 그 사람 의견이 반영이 될 수 있는 그런 길을 터줘야 하는데 트러블이 많다"면서 "비대위 구성을 안 하고 집행부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줬으면 많이 달라져야 하는데 달라지지 않다 보니 실망스러운 분위기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회장 탄핵을 하려면 재적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 참석해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상당히 힘들기는 하다"면서 "하지만 의료계가 하나로 가는 게 안 되다 보니 대의원들이 마지막까지 고민을 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임 회장에 대한 불만은 많지만 끌어내리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들도 있다.
한 대의원은 "지금 이 정국에서 대안이 확실하게 있다면 다들 탄핵에 찬성하겠지만 지금 회장 자리에 누굴 앉혀놓는다 한들 정부가 안 움직이는데 뭐가 달라지겠느냐"며 "답이 없다. 되레 이 상황에서 회장까지 없어져버리면 더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대의원도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각하는 게 다 다르더라"면서 "내년 3월까지 의정 갈등을 풀어낼 수 있느냐 했을 때 '아니다, 대안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3월까지 정부와 협상할 수 없을 것이고 오히려 내부 혼란만 더 초래할 수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꽤 많다"고 전했다.
임 회장이 탄핵된 상황에서 비대위가 발족하는 것도 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오는 임시대의원회 총회에서는 임 회장의 불신임 건뿐만 아니라 비대위 구성도 안건으로 올라온다.
한 대의원은 "임 회장이 탄핵되고 비대위가 만들어지는 것도 사실 좋은 상황은 아니다"면서 "비대위가 있을 때 회장이나 집행부가 옆에서 예산 등 도와줄 부분이 많다. 비대위만 혼자서 진행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집행부와 비대위가 함께 갈 때 시너지 효과가 있는데 이런 상황이 안 되면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들 때문에 고민하는 대의원들도 꽤 있다"며 "막강한 비대위원장이 나온다면 회장 없이도 잘할 수 있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