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도 의료계도 "2025년 정원 재논의" 압박…정부는 요지부동

이재명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이른 때"…협의체 출범 난항 예고
의료계 "전공의 학생 돌아와야 해결"…복지부 "입장 변화 없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공동취재)2024.9.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김규빈 기자 = 의사단체 두 곳이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선언하면서 여야의정협의체 출범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지만 야당과 의료계가 '2025년 정원 재논의'와 '의대생 휴학 승인'을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처음으로 여야의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던 야당도 의료계와 함께 '2025년 정원 재논의'로 여당과 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입장엔 변함이 없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사태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9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곧 얼마 안 돼서 의료 시스템의 전면적 붕괴가 예상된다"며 "심각한 상황에서 '어떤 의제는 말할 수 없다. 내년 정원은 이미 끝났다' 그 얘기하려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사람이 만든 문제는 사람들의 능력으로 다 해결할 수 있다"며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이른 때"라고 정부에 '2025년 의대 정원'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26일 만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도 '2025년 의대 정원' 재검토에 대한 의견을 나눈 바 있다.

당시 박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에게 '2025년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뜻을 전했고, 이에 이 대표도 2025년 의대 정원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시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금으로선 협의체에 참여할 생각이 없으며 대전협이 요구하고 있는 일곱 가지 요구 사항도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2024.3.13/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하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협의체 출범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를 비밀리에 설득한 것도 한 대표였다.

한 대표는 같은 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어떤 이유를 대서든 발을 빼보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실망스럽다"며 "지금 와서 안 되는 이유를 찾지 말고 빨리 시작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한다"며 야당의 협의체 참여를 설득했다.

'의대생 휴학 승인'을 전제로 두고 협의체 참여를 선언한 대한의학회의 이진우 회장도 뉴스1에 "전공의들이 내년 3월에도 안 돌아오겠다는데 그럼 빨리 논의를 해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거나 다른 방법을 마련해야지 않겠냐"면서 "야당이 전공의 안 돌아오는 걸 대고 협의체에 안 들어온다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한의학회의 협의체 참여에 대해선 "이번주 안으로 (정부가) 휴학 승인에 대한 결정을 해줘야 참여할 것"이라면서 "일단 전제사항을 해놨으니 이번주까지 결정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국가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는 전날 교육부에 각 대학이 의대생들의 휴학을 자율적으로 승인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의문을 전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우리 당은 예전부터 여야의정 협의체가 성사되려면, 특히 현재의 의료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가 참여하기 위해서는 2025년도 정원도 논의는 돼야 된다는 입장이었다"라며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도 2025년도 정원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2026년도 정원은 원점에서 재검토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2025년 정원을 그렇게 대폭 늘려놓고 2026년에 다시 원점이 되면 뽑아놓은 교수, 늘려놓은 강의실, 구입한 기자재는 어떻게 되느냐"며 "거기에 4800억을 쓴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협의체 구성을 찬성했지만 현재 불참 선언을 하고 있는 다른 의사 단체들도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지 않는 한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렇게 출범하게 되더라도 협의체에선 해결할 힘이 없을테고 상황은 별 변함없이 갈 것"이라며 "우린 대책없이 시행된 2025년 증원에 대해 상의가 돼야 하고 책임자 처벌이 돼야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관계자도 "정부의 입장 변화가 있으면 이번주 회의에서 협의체 참여에 대해 추가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3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았을 경우 의료대란 사태가 이보다 더 확대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플랜B가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 플랜 B에 대해서는 저희가 조금 시간을 두고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뉴스1에 "달라진, 새로 나온 입장이 없다"며 조 장관이 언급한 '플랜B'와 관련해서는 "비상진료 체계의 차원이고 전공의 복귀와 관련한 플랜B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적인 변화를 하기는 어렵다"며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꾸려져 정책이 나오고 있고 의료인력추계위원회까지 접수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원점으로 되돌릴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