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휴학 승인’ D-3…여야의정협의체 출범 분수령
의사단체 참여 전제로 요구한 '휴학 승인' 데드라인 사흘 앞으로
정부 입장 변화 없어…野도 의료계도 "출범해도 사태 해결 못해"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주도하고 있는 여야의정협의체 출범 여부가 이번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유일하게 참여를 선언한 의학 학술단체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가 정부에 "이달 말까지 의대생 휴학 승인을 하지 않는다면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휴학 승인을 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데다 야당과 의료계가 '반쪽 출범'을 반대하고 있어 협의체가 개문발차하더라도 현 사태 해결에 대한 실타래를 풀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가 정부에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내건 정부의 '의대생 휴학 승인' 시점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주 금요일인 11월 1일이 되면 휴학 승인이 되지 않은 학생들을 유급 처리해야 하는 학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가 참여 선언을 다음날 "동맹 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라며 또다시 승인을 거부한 뒤 추가 입장 표명 없이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는 끝까지 정부의 태도 변화를 믿고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이진우 대학의학회장은 "정부가 의료계에 신뢰를 쌓을 마지막 기회"라며 "이 문제가 풀리면 다른 단체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여지가 있다. 대화의 물꼬를 트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다른 의사 단체들은 설사 정부가 휴학을 승인해 협의체가 당장 이번주 출범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태 해결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태 해결의 핵심인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입장이 확고한 데다 선배 의사들도 이들의 뜻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의 참여 선언 직후에도 손정호·김서영·조주신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는 확고한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또 참여를 선언한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에는 "교수님들의 결정이 정말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지 다시 한번 숙고해달라"며 "정치인들에 편승할 게 아니라 제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후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뒤에도 "협의체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며 "대전협 일곱 가지 요구사항은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이들이 말하는 일곱 가지 요구 사항은 지난 2월 사태 초반 정부에 요구해 온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사과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이다.
그러면서 "내년 봄에도 전공의들과 학생들은 각각 병원과 학교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7500명 의학 교육은 불가능하다. 2025년 증원부터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반쪽 협의체' 출범에 부정적이었던 야당도 전공의들의 입장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표가 2025년 의대정원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이 대표와 박 위원장은 앞으로도 의료대란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만약 정부가 한발 물러서 의대생 휴학 승인을 해 협의체 출범을 한다고 하더라도 여당, 정부, 의사단체 두 곳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호응도 받지 못하는 유명무실 협의체가 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이에 한 의대교수는 "이렇게 탄생하는 협의체는 정부의 책임 면피 수단이 될 뿐 문제 해결은 전혀 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들이 내년에도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 선전포고는 진심이고, 이것이 의료 전반에 미칠 끔찍한 파장을 정부도 모를 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 의료의 주인공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다. 지금은 의료 전반에 대한 문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당장 전공의와 의대생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며 "그 이후에 의료 체계 전반의 문제를 전공의, 의대생들과 함께 다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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