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의대협회 참여' 여야의정협의체 마침내 출범…순항할까?
대한의학회장 "대원칙 차이 없어…협의체 참여 25년 정원 논의"
정부는 "26년부터"…출범해도 전공의·의대생 돌아오긴 힘들 듯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의사 단체들의 거부로 출범에 난항을 겪고 있던 여야의정협의체가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의 참여 결정으로 일단 닻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의정갈등 중심에 서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참여를 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데다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도 협의체 참여 원칙에 '2025년 의대 정원 재논의'와 '의대생 휴학 승인' 등을 요구하면서 협의체가 순항할 지는 미지수다.
22일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수백, 수천 번의 번민과 숙고 끝에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뜻을 모았다"며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공식화했다.
이들은 "국민과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할 때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인한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를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없다"며 "이에 전공의 수련 교육을 책임지는 대한의학회와 의과대학 학생교육을 담당하는 의대협회는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의 참여 결정에 의료계는 술렁였다. 지금까지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은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가 없다면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공개적으로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두 단체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의료계 전체 의견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신중함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히면서 "일말의 우려감 속에서도 두 단체에 응원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필수의료과 교수는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가 협의체에 들어간다고는 하지만 키는 전공의들에게 있다"며 "이렇게 한 번 분열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을텐데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대 교수는 "교수들에게 의견을 묻지도 않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의학회와 의대협회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선생님으로서 학생들과 전공의들의 뜻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시면 좋겠다"고 불쾌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의학회 등은 분열이 아닌 의대생과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참여일 뿐이며 결국 대원칙에는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의견을 모으기 위해 선도적으로 참여했다고 봐달라"라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대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이들이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고 2025년 정원에 대해서도 참여를 한 뒤 논의를 하자는 거다. 대원칙에는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는 이날 참여 대원칙으로 △의대생 휴학계 허가 △2025년, 2026년 의대 입학정원 논의와 의사정원 추계 기구의 입법화를 위한 시행계획과 로드맵 설정 △의대생 교육, 전공의 수련 기관의 자율성 존중 및 교육과 수련 내실화, 국가 정책 수립·지원 보장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 보장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개편해 의료계가 인정할 수 있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책 결정의 장으로 운영 등 다섯 가지를 내세웠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관계자는 "의개특위에서 나오는 내용이 어이없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내용이 너무 많다 보니 아무래도 의학회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한 의료 시스템을 만드는 부분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원장도 "의학회 입장 한 줄 한 줄 모두 동감했다. 이들의 결단에 응원을 보낸다"며 "모쪼록 논의가 잘 이루어져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하루빨리 건강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참여로 여야의정협의체가 출범까진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2025년 정원 논의나 휴학계 승인 허가 등 이들이 원하는 논의가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물론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도 곧바로 의료계 협의체 참여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나섰지만, 정부도 의료계만큼이나 2025년 정원은 건드릴 수 없다는 데 대해선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사실은 4000명을 증원해야 2035년에 의사가 부족해지는 상황을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다"며 "가장 안전한 내지 실현 가능한 숫자여서 2000명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의과대학 모집요강과 학칙을 근거로 2025학년도 정원도 재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법령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하신 말씀"이라며 "2025학년도 정원은 지난 5월 말 모집공고를 내기 전에 변경을 했어야 한다"고 했다.
또 수시 미선발 인원을 정시로 넘기지 말자는 주장에 관해서도 "스포츠 경기 중간에 룰을 바꾸는 것"이라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2025년도 정원을 조정할 방법도, 의향도 없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협의체가 출범하더라도 의료 공백 해소에 키를 쥐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오거나 협의체 등에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해지는 것이다.
전의교협 관계자도 "협의체에서 논의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오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지아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이야기해보면 상당히 많은 전공의들이 다시 복귀하고 싶어하는데 목소리를 못 낸다. 블랙리스트도 있고 왕따 당하는 것 때문에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소통하고 있는 사직 전공의들을 최대한 보호할 것이고 그들이 준비가 되면 그때 참여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도 그들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갖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는 이날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가 내린 결단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협의체의 '구성'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이 이번 사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윤정부는 이번 의료대란의 책임이 정책 실패에 있음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솔직히 사과해야 하며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2025년 의과대학 입학 정원 문제를 포함하여 보다 폭넓고 투명한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과 손정호, 김서영, 조주신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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