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의협회장 탄핵론…이번엔 물러날까

의협 대의원, 임현택 불신임안 제출…전공의 대표도 임 회장 또 저격
의대생·교수들에게도 신뢰 잃어…그럼에도 "탄핵 어려울 것"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2024.9.2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의정 갈등 중심에 서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은 물론 의대 교수들에게도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을 두고 의료계 내부의 파열음이 더 커지고 있다.

거침없는 발언으로 잇따라 논란의 중심에 섰음에도 최근 또다시 막말을 퍼부으면서 의협 대의원이 임 회장에 대한 탄핵 안건을 대의원회에 제안하고, 전공의 대표도 다시 한번 임 회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조현근 의협 대의원은 전날 의협 대의원회에 의협회장 불신임 및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임시대의원총회 소집을 요청했다. 임 회장이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위반했고 협회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했다는 이유로 임 회장을 탄핵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조 대의원은 "임 회장은 그동안 잘못된 회무로 인해 회원의 권익을 심대하게 침해했고 잇단 실언과 막말로 인해 의사 회원들의 명예를 지속적으로 실추시켜 왔다"며 "수개월간 시정 요구에도 임 회장은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 회장은 불신임 돼야 마땅하고 회장 탄핵 이후 의협을 정상화하고, 힘들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학생 및 전공의 조직을 품에 안을 수 있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는 게 대의원회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밝혔다.

그간 의료계에서 임 회장에 대한 탄핵, 사퇴 등에 대한 압박은 있어왔지만 의협 대의원이 탄핵 안건을 대의원회에 제안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임 회장의 잇따른 실언에 이어 최근 의대 정원이 늘어도 교육이 가능하다고 밝힌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향해 "정신분열증(조현병) 환자의 개소리"라고 비난한 것이 촉매제가 됐다.

의사를 대표하는 자리에서 정신장애인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내뱉자 환자단체에서도 유감 표시를 하며 임 회장을 비판했고, 임 회장은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한 의대 교수는 뉴스1에 "과거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미친 여자'라고 발언했다가 청문회에서 강 의원을 마주하고 망신을 당한 경험이 있으면서 정신분열증이라는 말을 하는 건 틀린 문제를 또 틀리는 것 아니냐"면서 "대체 의사 대표로서 전술 전략은 있는 건지 스파이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이러니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에게 '의새' 소리를 듣고 국민들도 설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2024.8.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그동안 임 회장에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SNS를 통해 또다시 임 회장을 저격했다.

박 위원장은 사직 후 의협에서 일하고 있는 전공의 임현수 의협 기획이사가 "2025년 의대 증원 감축이라도 해야 정부와 대화하겠다"고 인터뷰한 기사를 SNS에 올린 뒤 "임 회장은 사직한 전공의 한 명을 앞세워 현 사태에 혼선과 분란을 지속적으로 야기하고 있다"며 "해당 이사를 통해 새로운 전공의 단체, 즉 괴뢰 집단을 세우려던 정황 역시 여기저기서 확인된다. 이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 위한 임 회장의 독단적인 행보로 판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임 회장은 상황을 왜곡하고 내부 갈등을 조장하여 사태를 악화시키는 부정한 행태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그간 2025년 의대 정원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는데, 해당 인터뷰로 2025년 의대 정원 일부 증원을 수용하겠다는 해석의 여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전공의와 함께 의정 갈등 사태 중심에 서 있는 의대생들에게도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의대협)는 지난 7월 보도자료를 통해 "임 회장 당선 이후 행보를 의료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협 회장의 행동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무능, 독단의 의협 회장은 의료계를 멋대로 대표하려 하지 말라"고 거센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의대교수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임 회장이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무기한 휴진'을 예고해 의료계가 발칵 뒤집힌 데 대해 오주환 서울대 의대 교수는 "임 회장이 품위 있게 행동하고 의사들의 지지를 받았다면 같은 맥락에서 똑같은 발언을 했어도 반응은 달랐을 것"이라며 "품위 문제와 관련해 임 회장은 의정 협상을 지연시킨 책임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사실 의정 갈등 초기인 지난 3월 당선돼 5월부터 회무를 맡아온 임 회장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으로 일할 때부터 거침없는 발언들로 의료계 내부서 신임을 잃어왔다. 하지만 의협회장이 되고 나서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의료계 불신임에도 임 회장의 탄핵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의협 대의원회 관계자는 "얘기는 더 해봐야겠지만 탄핵은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아무리 임 회장이 싫어도 이건 간단치 않은 문제"라며 "대안이 확실하게 있으면 또 다르겠지만 현실적으로 정부가 안 움직이는데 어떤 대안이나 전략이 있겠는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회장이 스스로 내려갈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며 "회장 자리에 누가 올라와도 정부가 안 움직이면 답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1년만 늦추겠다고 하면 만사형통인데 지금으로선 답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