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 말아먹고 음주운전하고…'술방'에 빠진 TV·유튜브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TV 드라마와 예능에서 출연자들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는 건 물론 유튜브 등에서는 연예인들이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술방'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음주 문화가 지나치게 미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음주 장면이 연령 제한 없이 노출되고 있어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TV 방송에서의 음주 장면 모니터링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시청률 상위의 총 556개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중 488개(88%)에서 음주 장면이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총 1만 1587편 중 6558편(56.6%)에서 음주 장면이 나왔으며, 음주 장면이 등장한 횟수는 총 1만 2018번에 달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8조에 따르면 방송은 음주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하도록 명시돼 있다. 또 제45조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음주하는 장면을 묘사하여서는 안 되며, 잘못된 음주 문화를 일반적인 상황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최근 5년간 TV 드라마·예능의 음주 장면 중 '문제 음주장면'으로 적발한 건수는 총 86건이었다.

'문제 음주장면’은 술에 대한 긍정적인 묘사, 음주 중 부정적 행동 장면과 대사, 음주 중 해로운 행동 장면과 대사, 미성년자 음주조장 장면과 대사, 상업적 이용 장면과 대사 중 하나의 항목이라도 해당되는 음주 장면을 말한다.

하지만 그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76건(88%)이 '문제없음'으로 종결되었으며, 3건(3%) 주의, 3건(3%) 의견제시, 2건(2%) 권고, 2건(2%) 심의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지난해 8월 방영된 드라마에서 미성년자가 음주를 하는 장면을 묘사한 장면이 방송되었지만 방송통신심의 결과 '문제없음'으로 결론났다.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올라오는 콘텐츠에도 음주장면은 자주 등장했다.

'최근 3년간 OTT 콘텐츠의 음주장면 묘사 모니터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업로드된 콘텐츠 100편 중 82편(82%)에서 음주장면이 묘사되었고, 음주장면의 수는 총 338번으로 1편당 3.4회 비율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OTT 플랫폼 T사의 연애 프로그램 중 한 회차에서는 출연자들이 직접 음주한 시간은 총 58분으로, 이는 한 회 전체 분량의 35%를 차지했다.

또한 '최근 4년간 유튜브에서의 음주 장면 모니터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튜브에서 '술방', '음주방송' 등의 키워드로 검색 시 조회되는 조회수 상위 100개의 콘텐츠 모두에서 '문제 음주장면'이 묘사되었으며, 모든 콘텐츠가 연령 제한 설정이 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인순 의원은 "TV 드라마와 예능, OTT, 유튜브 등 모든 매체에서 음주 장면이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연령 제한 및 경고문구 표시 등 내용을 더 추가하였지만, OTT, 유튜브 등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없어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소년들이 미디어 콘텐츠에서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는 만큼 미디어가 우리 사회의 절주 문화 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