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장 "의대 증원, 합리적 정책…속도·규모는 논의해야"

[국감현장] "정부와 이견 있어도 환자 곁에서 대화해야"
의료기관장들 "의료대란 종결시점 예측 어려워"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립암센터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1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조유리 임윤지 기자 =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이탈한 전공의들을 향해 복귀를 촉구한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지역 및 공공병원의 의료진 부족 문제 등을 고려하면 정부의 의대 증원은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증원 규모와 속도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7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등 15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의사 부족 문제와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대란 현황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에게 "(주 원장은) 의사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전공의들의 복귀를 호소한 바 있는데, 당시 의료계 내부 분위기 등을 고려했을 때 쉽지 않은 결정으로 보여진다"며 "(당시 전공의들의 행동에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유감과 무례를 표한다고 했는데 현재도 그 입장에도 변화가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주 원장은 "적어도 다른 기관의 일이라면 모르겠지만 국가중앙병원, 즉 공공기관의 대표 병원인 저희 병원에서는 적어도 그런 방식의 대응은 불가능하고 안된다는 입장으로 말씀을 드렸다"며 "지금도 마찬가지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주 원장은 정부의 2000명 증원에 대해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책임지는 정부로서 충분히 제시할 수 있는 제안이다"며 "말도 안되는 증원 수치이나 상당히 합리적일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수준이다"고 발언한 바 있다.

현재도 같은 입장이냐는 김 의원의 질의에 주 원장은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정부가 제안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증원 문제는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다만 수준과 속도의 문제는 전문가 혹은 당사자들인 의사집단 혹은 전문가들과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봤다"며 "이 논의는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하자는 식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 원장은 "지방의료원장, 공공의료원장들과 대화를 해보면 예외없이 의사 부족 문제가 1번 문제로 얘기를 하고 있다"며 "의료원 마다 진료과가 10개 정도 있는데 그 중 절반 정도가 한 자릿수의 전문의를 보유할 정도로 취약한 상황이다. 의사 부족 문제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어온 것이 사실"이라고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정부 정책 결정과정에서 이견이 있어도 국민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은 환자 곁으로 돌아온 후,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와 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된다는 의미인가"라고 물었고, 주 원장은 "맞다"고 답변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과 관련한 증언도 이어졌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영수 중앙의료원장에게 의료대란으로 인한 전공의 이탈 현황을 물었다. 주 원장은 "올해 정원이 107명인데 현재 27명이 남아있고 80명이 나갔"면서 "저희가 40~45% 정도의 전공의 의존율을 갖고 있는 병원인데 그 부분 그대로 공백이 발생했던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주 원장은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도 "운영 과정에서 정부의 정원과 예산 대상에서 사업 대상이 아닌 것처럼 돼 있어 그동안 지원이 많이 부족했다"며 "정원과 예산 측면에서의 사업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서홍관 국립암센터장에게 "의료 공백으로 인해 필수적인 암 환자들이 적절한 조치를 제때 받지 못할 우려가 커지는데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서 원장은 "지금 전공의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서 40명의 전담 의사를 채용하고 있지만 임시 채용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채용이 어렵다"면서 "앞으로 전공의들이 얼마나 지원을 할지도 약간 불확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 근무 시간도 현재 주당 80시간 제한을 받고 있고 향후 60시간으로 낮추자는 의견도 있기 때문에 결국은 앞으로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게 저희 결론"이라고 답했다.

또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하기에 재원 문제가 있고, 전공의 인력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97명의 전문의 채용을 위해 209억 정도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저희들이 내년 예산을 그렇게 신청했는데 아직도 미반영됐다"고 했다.

야당은 이날 국감에 출석한 의료기관장들을 상대로 '장기화하는 의료대란 종결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주 원장은 "예측이 정말 어렵다"면서도 "올해는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의과대학 학생들의 잇단 휴학사태로 의사 수급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배현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은 "의과대학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법률에 준하는 수험생 기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원서를 받을 수 없다"며 "347명이 실기시험을 치렀고 필기는 310명이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