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기념품'에도 티메프 날벼락…적십자사 피해액 4.5억 이상

올해만 136.8만개, 63억어치 구매…5년간 186억 원
보증보험 가입 안돼 피해…"무등록업체 계약해 혈세 낭비"

지난 1월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충남혈액원 헌혈의집에서 전혈시 기념품 1+1 증정 이벤트를 진행한 모습. 2024.1.15/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 여파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해피머니 상품권으로 인해 대한적십자사도 현재까지 4억 5000여만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쓸모없게 된 해피머니 상품권을 다른 기념품으로 교환하는 헌혈자가 늘어날 경우 피해액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공기관인 대한적십자사가 지급보증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무등록 선불업체와 계약해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됐다는 지적이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적십자사가 헌혈자에게 나눠주기 위해 올해 (주)해피머니아이엔씨와 계약한 금액은 62억 7912만 원, 최근 5년간 약 18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십자사는 그동안 헌혈을 한 사람들에게 해피머니 상품권 5000원권을 비롯해 외식상품권, 손톱깎이세트, 편의점교환권 등 기념품을 제공해왔다.

헌혈자들은 이 중 원하는 기념품을 하나씩 받아갈 수 있는데 해피머니 상품권은 선호도가 높아 적십자사는 올해만 136만 8000개를 구매했다. 두 번째로 많이 계약한 편의점 교환권의 계약 수량은 59만 개로 두 배가 넘는 양인 것이다.

하지만 티메프 사태로 해피머니 상품권의 사용이 사실상 전면 중단되면서 적십자사는 지난 7월 25일부터 해피머니 상품권 지급을 중단하고 이미 지급된 상품권 중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은 상품권에 한해 다른 상품으로 교환해주고 있다.

이에 적십자사가 현재까지 교환해 준 상품권의 금액만 약 2억 1000만 원으로, 재고 금액 등을 합쳐 피해 예상 금액은 4억 500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적십자사는 상품권 교환이 추가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피해 금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적십자사가 공지한 해피머니 상품권 관련 안내문. (김남희 의원실 제공)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 수단발행업(선불업)을 등록하는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와 계약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됐다는 점이다.

현재 해피머니 상품권 발행 업체가 자본잠식 상태로 기업 회생 신청까지 한 상황인 데다 해피머니 이용약관에는 '상품권은 별도의 지급보증 및 피해보상보험계약 없이 발행자의 신용으로 발행됐다'고 명기돼 있어 사실상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문화상품권 발행 업체인 컬처랜드의 경우 지급보증보험이 가입돼 있어 피해에 따른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적십자사는 선불업 무등록 업체와 계약해 손실을 보상받을 길이 없는 것이다.

김남희 의원은 "지난해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선불업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있던 상황에서 충분히 예견된 사태였지만 무등록 선불업체와 계약을 해왔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하지만 적십자사는 '지급보증 가입이 법적의무가 아니니 강제할 수 없고 기획재정부 계약예규에 따라 특정 규격으로 입찰참가를 부당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를 들어 선불업 무등록 업체와 계약해왔다"고 지적했다.

'티메프' 사태가 터진 후에도 적십자사는 대책 회의에서 기념품 구매 절차의 적정성에 대해 "지류상품권의 경우 선불전자 지급수단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계약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고 회피했다.

해피머니 상품권뿐만 아니라 최근 5년간 기념품 계약업체 확인 결과 적십자사는 이번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에서 발표한 업체인 쿠프마케팅(멀티모바일문화교환권) 등 또 다른 미등록 업체와도 약 161억 원의 계약을 체결해왔다.

이에 김 의원은 "법적 의무가 아니라고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지급보증가입을 하지 않은 무등록 업체와 계약해 손실을 키운 것이냐"며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예산을 사용한다면 등록업체와 안전하게 거래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불업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런 사태가 반복되어선 안 된다"며 "무등록 업체와 계약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